반찬 없이 밥을 맛있게 먹는 일본인

반찬 없이 밥을 맛있게 먹는 일본인

[ 땅끝에서온편지 ] 일본 김병호 선교사편/3. 조금의 먹거리가 있는 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7월 21일(월) 16:29
   
▲ 이웃 일본 이나기교회와의 합동예배. 전CCA총무 박상증목사가 설교했다.

일본인들의 식사에는 반찬이 많이 없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보다 반찬이 적다. 과거 우리 한국도 어려운 시절에 먹을 것이 없어서 보리밥을 물에 말아 먹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렇치 않다.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반찬이다. 그러나 일본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반찬이 적다. 물론 옛날엔 가난하여 반찬이 없어서 그러했지만 생활이 윤택한 지금도 일본인의 식탁에는 반찬이 적다. 온천 여관 혹은 연회에는 많은 요리가 나오는데 그것은 연회를 위한 술안주이지 식사를 위한 반찬이 아니다. 술안주 요리를 먹은 뒤 식사를 할 때에는 밥과 간단한 된장(미소)국, 그리고 단무지 두쪽 정도가 반찬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일본인들은 반찬이 없어도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좋은 쌀로 밥을 짓는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압력밥솥의 밥 보다는 그 유명한 코끼리 전기 밥솥으로 지은 반지르하게 윤이 나는 흰쌀밥을 좋아 한다. 아무리 저렴한 식당이라도 쌀밥만은 좋은 것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은 우동이나 라면을 먹을 때도 다른 반찬이 없다. 그냥 우동과 라면의 본질적인 맛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생선회의 경우도 그렇다. 초고추장에 상치 등을 곁들여 먹어야 제대로 먹는다 하고, 불고기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인 우리 한국인과는 달리 생선회를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 먹고 불고기의 경우도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다. 반찬 없으면 밥맛이 시원찮고, 우동과 라면에도 김치가 없으면 무슨 맛으로 먹느냐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인은 반찬 없이 식사를 잘 하는 민족이다. 즉 사물의 본질적인 면에 비중을 많이 둔다고 보면 된다.
 
일본이 1867년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여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미국보다는 유럽쪽으로 인재들을 보내서 배워오게 하였다.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에 많은 젊은 인재들을 보냈는데, 그 중에서 영국과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도 교육에 관한 것은 독일의 영향을 받았으며 기독교의 젊은 신학도들이 독일로 유학을 가서 신학공부를 하였다. 미국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교회와는 달리 일본교회는 독일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조직신학, 성서신학, 실천신학 할 것 없이 독일신학의 영향을 받았다. 수 십년 전에 칼 바르트의 교의학이 완역되어 출판된 곳이 일본교회다.
 
지금도 대표적 신학교인 동경신학대학의 조직신학 강의가 칼 바르트의 신학이며, 강해설교학 교수로 유명한 루돌프 보렌의 설교학이다. 일본교회 목사들의 설교는 강해설교가 주류이다. 아주 짧은 성경 본문을 길게 강해한다. 보통 예배에서 40분 정도의 강해설교를 하며 설교에는 예화가 없다. 주제설교 혹은 제목설교에 길들여진 우리 한국 교인들이 예화도 없는 강해설교를 40분 동안 듣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반찬이 없어도 밥을 맛있게 잘 먹는 일본인들은 예화없는 본문 강해설교를 잘 듣는다. 즉 성서의 본문 말씀이 전해주는 깊은 뜻을 목사는 주해하여 설교하며 교인들은 그 말씀을 깊이 경청한다. 그리고 많은 교회가 주일 오후에는 오늘 목사의 설교를 평가하며 토론하는 학습회를 가지기도 한다.
 
한국교회 찬송가는 미국의 복음 찬송이 많은 반면 일본교회는 독일(유럽)교회의 예배 찬송가가 많다. 한국교회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는 복음성가를 부르는 교회는 찾기 힘들다. 예배 반주를 피아노로 하는 교회는 없고 리드오르간(풍금)이 대부분이고 좀 규모가 있는 교회는 소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예배 반주를 한다. 성가대가 있는 교회는 찾기 어렵다. 성가대가 없어서인지 예배 반주는 한 사람이 담당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예배의 모든 찬송가는 기립하여 부르고 있다. 한국교회는 힘있게 그리고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반면 일본교회는 가급적 내 목소리가 옆 사람 찬송하는데 방해가 안될 정도의 크기로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교회 찬송가는 한국교회 찬송가 보다 악보의 음정이 반음 혹은 한음을 낮추어져 있어서 부르기가 쉽다.
 
통성으로 하는 기도는 없으며 대표기도는 간결하며 중언부언이나 의미없는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 신앙고백도 또박또박하게 문장과 단락을 끊으며 잘 맞추어 한다. 일본교회와 재일대한기독교회와 합동예배를 드릴때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하면 속도가 맞지 않아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일본교인들이 절반 쯤 하고 있으면 우리 한국교인들은 이미 끝나서 기다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한국교회가 뭐든지 빠른것 같다. 요즈음 조국 방문하여 예배 참석하여 주기도를 하면 무척 빨라서 따라가기가 힘들다.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은 암송하여 하는 것 보다, 인쇄된 것을 주의깊게 읽는 것이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한국교회가 교회성장에 힘을 기울이면서 복음의 본질에서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장과 전도를 위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밥상에 너무 반찬이 많아서 다 먹다가, 또한 편식하다가는 소화불량으로 병이 들고 만다. 그러한 교회가 오래가지 못한다. 그에 비하면 일본교회는 너무 반찬이 없는, 본질에만 매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교회가 조금은 시대적 변화에 응답하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출입할 수 있는, 조금은 역동적이며 영혼 구령사업을 위한 조금의 먹거리가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병호 선교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