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아이들 마음에 긍정적 자아상 심어주기

방치된 아이들 마음에 긍정적 자아상 심어주기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약자의 눈물 / 2. 봉천동 지역아동센터 비전교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7월 21일(월) 15:21
   
▲ 비전교실에 오자마자 센터장 박진숙 목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어린이.

이른 오후 인근의 초등학교가 끝나면서 이곳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본교단 장로교복지재단 산하 봉천동의 비전교실지역아동센터(센터장:박진숙)에 오는 아이들은 기초수급권자 가정, 한부모가정, 차상위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 비전교실이 위치한 봉천동에는 임대아파트가 두 곳이 있어 그곳에서 많은 학생이 찾아온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가 약 4천 곳인데 관악구는 33곳으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제일 먼저 손을 씻고 센터장 박진숙 목사와 '하이 파이브'와 함께 '000 화이팅'을 외치고 비타민을 받아 먹는다.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대부분 몇 년씩 오는 아이들이라 집처럼 편하게 여긴단다.
 
이곳에 등록된 34명의 아이들 중 13명의 가정이 한부모 가정이다. 자녀 양육이라는 것이 아빠와 엄마 함께 키워도 녹록치 않은 것인데 혼자 생계와 살림을 책임지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느 곳에서 공백이 생기게 된다. 주로 자녀교육에서 공백이 생기는데 지역아동센터는 이러한 부모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센터장 박진숙 목사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큰 상처를 받고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고,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일단은 기본적인 것, 나는 소중한 사람인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표"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방과 후 매일 이곳에 들르지만 친구들에게는 지역아동센터에 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정형편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간다고 말하고 이곳에 온다. 이곳에 오다가도 가정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으로 옮기는 아이들이 많다.
 
이날 만난 고등학교 1학년의 이소망(가명) 군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절친 한명 빼고는 이곳에 온다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며 "만약 지역아동센터에 간다는 소문이 나면 아이들이 소문을 내고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역아동센터의 교육이 학원보다 많이 뒤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곳에서는 가까운 서울대 학생들도 자주 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1대1 혹은 많아봤자 3~4명을 가르치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곳의 아이들은 부모의 공백을 채워주는 선생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의 학업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곳에 보내지는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구구단도 제대로 못외우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 공부에 흥미를 잃고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리다가 청소년 범죄에 빠지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 때문에 센터장인 박 목사는 경찰서와 가정법원을 몇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3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가서 할머니랑 사는 아이가 있어요. 아빠는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가끔 한번 집에 들러요. 그 아이는 학교도 잘 안가고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결국 자퇴를 했어요. PC방을 전전하다가 결국 택시강도를 하다가 잡혔어요. 할머니랑 같이 경찰서 가서 울면서 빌고 왔죠. 어렵게 집에 데려왔는데 결국 다시 나가더라구요. 때리면서 함께 울기도 했는데 이제는 제 손을 벗어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요."
 
박 목사는 이러한 아이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면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한다. 15평 좁은 임대아파트에 가족이 6~7명이 함께 살거나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6학년 한 아동은 소아우울증에 ADHD도 있어 몇해째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의 엄마도 정신지체 2급이다.
 
박 목사는 "그런 답답한 꼴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가정방문은 가기가 싫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센터 문닫을 시간에서야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집이 좁고 더워 집에 안가려고 하면 선생들은 "우리도 퇴근 좀 하자"면서 보낼 때가 많다고.
 
"센터장들 모이면 이런 얘기들 해요. 우리 아이들 세금 내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아이로는 키우자고."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달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없으면 선생들 월급과 공과금이 밀릴 정도다. 모자라는 재정은 매달 기적적으로 채워지는데 그래도 안채워지면 박 목사는 하나님이 내가 채우길 원하시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감당한단다. 이미 부부의 십일조는 물론이고, 남편의 회사에서 대출을 받았고, 시댁, 친정, 제자, 지인들은 모두 후원자로 끌어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 선생은 월급이 적고, 일은 많고, 아이들과 부딪히는 일도 많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다. 일할만 하면 관둔다는 표현 그대로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지만 박 목사는 "힘들게 하는 것도 아이들이지만 나에게 힘을 주는 것도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여기 오는 것 싫어해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죠. 제가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면 이곳 홍보한다고 전단지를 가지고 길에 나가는 아이도 있어요. 어떤 아이는 살며시 나에게 와서 '크면 어렸을 때 이곳에 다녔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하고 말해요. 첫 월급 타면 꼭 빨간 속옷 사드릴거라면서. 이땅에 태어난 아이들은 반드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거라고 믿어요. 문제만 보면 안되요. 도토리 안에서 참나무를 보는 심정으로 보지 않으면 이 일은 할 수가 없어요. 저는 믿어요. 이 아이들 잘 자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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