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아무런 의욕이 안 생깁니다

삶에 아무런 의욕이 안 생깁니다

[ 상담Q&A ] 상담Q&A

이상억 교수 sulee@puts.ac.kr
2014년 07월 09일(수) 14:33

Q.제대한 후 대학교 3학년에 복학은 했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입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습니다. 같은 학년이지만 나이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발 빠르게 행동하는지 항상 뒤처진 느낌입니다. 뭔가 해야 할 텐데 공부에 진전도 없고 학점도 바닥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이경남차장 knlee@pckworld.com
A.한 번쯤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 번쯤 죽을 만큼 아프지 않은 영혼이 어디에 있겠습니다. 모두는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형제는 지금 자신만이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시나 봅니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기에 사람들은 절대 약점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프지만 괜찮은 척, 힘겹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기억하세요. 그렇게 온전한 척, 괜찮은 척 달려가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멈추고, 아파하고, 때론 후퇴하듯 움츠러들게 마련이라는 것을.
 
제대 이후 복학의 과정을 거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 듯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니 지금 느끼고 있는 힘든 감정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자신과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이 필요합니다. 가슴을 쓸어주며 자신을 위로해 주세요. '괜찮아. 이만하면 됐어'라고 자신에게 속삭여 주세요. 이것은 자신과 현재를 부정하고 더 좋은 미래를 꿈꾸라는 피상적인 말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과 자신이 처한 현재를 씩씩하게 직면하고 더 나아가 넉넉하게 끌어안는 의지를 가지시라는 말입니다.
 
희망은 낙관이 아닙니다. 낙관은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예측으로 갖게 되는 기대를 일컫지만, 희망은 어떤 예상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의지와 용기를 일컫습니다. 때문에 희망은 감정이 아닙니다. 희망은 결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자신의 상황을 수용하며 용기 있게 살아내겠다는 의지입니다. 형제님, 삶의 무의미를 생각하는 날에는 먼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현재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살아내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지나치게 계획적이 되실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무기력과 무의미로 아파하는 상태에는 살아내는 것만도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까짓 사는 게 대수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야 일상이 평범함이지만 아플 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프란츠 카푸스라는 젊은 시인에게 보낸 격려의 편지처럼, 흔들리는 현재를 버텨내려는 인내를 꼭 유지하시라 권면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신학적인 의미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시46:7; 마1:23) 하나님의 이끄심을 믿으며(시95:7) 한 걸음 한 걸음 버티며 살아가는 것은(창5:24)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히11). 그러므로 살아내는 것은 믿음의 표현인 것입니다. 살아냄에 대한 실천적인 의미는 시편 131편과 깊이 잇대어 있는데요, 이를 잘 묵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인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시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형제를 잘해주실 겁니다. 사랑합니다.
 
이상억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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