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기까지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기까지

[ 말씀&MOVIE ] 말씀&무비

최성수 목사 sscc1963@hanmail.net
2014년 07월 09일(수) 13:30

시절인연(감독: 설효로, 로맨스/멜로, 12세, 2014) 

   
 

불교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스침이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정 스님도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 진정한 인연과 스쳐 가는 인연을 구분할 것을 강조하였다. 인연이라도 진정한 인연에 대해 정성을 쏟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관건일 텐데, 법정은 진실을 기준으로 들었다. 진실이 있는 만남은 인연으로 맺고 사는 것이 옳지만, 진실하지 못한 것은 인연으로 맺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했다. 관계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은 다 진실하지 못한 만남을 인연으로 맺고 살았기 때문에 치르는 대가인데, 그는 심지어 '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국민가요로 자리 잡은 노사연의 '만남'은 어떤 노래방에서든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그런데 그 가사를 보면 이별 노래이다. 이별한 사람이 운명 같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부르는 노래다. 그만큼 헤어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만남을 정성껏 엮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독해할 수 있다. 그래서 만남은 비록 이별의 정서가 가득해도 언제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노래에서도 만남은 우연이 아니고, 서로가 바란 것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운명으로 이해하고 있다. 만남을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 대한 사랑과 정의 깊이를 말해준다.
 
문제는 만남 자체가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어긋난 만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대단히 멋진 만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관건은 진실성 여부이다. 그 만남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진실이 있는 만남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지키고 유지해야 할 것이며, 진실이 없는 만남은 아무리 오래되었다 해도 과감하게 지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영화제목에 사용된 '시절인연'이란 말은 불교적인 용어로 인연엔 다 때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연이란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진실한 인연이다. 영화는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단순한 만남에서 인연으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몇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나간다.
 
두 사람 모두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땅에서 조금은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남자는 중국에서 잘 나가는 의사였지만, 능력 있는 아내가 미국 이민을 원했고 또 목숨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딸이 중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사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왔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이혼을 하고 기사로 근근이 살아간다. 부유한 유부남의 애인인 여자는 미혼 여성으로서 임신과 출산이 중국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 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불륜관계가 남자의 아내에게 발각되어 하루아침에 아무런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이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기 위해 그녀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보내야만 했다.
 
남자와 여자는 비록 여러 차례 만남의 기회를 가졌지만, 서로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사람은 상처받은 사람으로서 서로를 만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여자가 빈털터리가 되어 도움이 절박한 상태였을 때였다. 이런 만남에서 남자는 여자가 출산할 때까지 도와주었는데, 여자 또한 남자가 슬픔을 딛고 다시금 의사로 일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준다.
 
출산 후 여자는 자신을 위해 이혼한 남자가 있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남자는 의사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즈음에 여자는 부유한 남자와의 관계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그와 헤어져서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되는데, 미국에서 만났던 만남을 잊지 못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인연을 이룬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감독이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성이다.
 
만남이 인연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진정성 있는 만남, 곧 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가 될 때라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적으로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도우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서로 돕는 관계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가 될 때 이뤄진다.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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