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 상담Q&A ] 상담Q&A

이상억 교수 sulee@puts.ac.kr
2014년 07월 03일(목) 11:42

Q.친한 친구의 고등학생 아들이 최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픔에 빠진 친구를 만나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기도 했지만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친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A.모든 상담의 기초가 되는 요소는 '지지와 공감'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청, 즉 '듣는 것이 말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감정을 공유하고 나누되 깨달음을 강요하거나 지적하지 않는 자세를 일컫습니다. 그러면 내가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을 결국 그가 깨닫게 됩니다.

   
▲ 이경남차장 knlee@pckworld.com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사람이 재난을 경험하게 될 때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애도의 과정을 부인과 회피, 분노, 현실적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재난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을 직면하기 보다는 부정하고 회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런 현실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게 됩니다. 하지만 살아야 하기에 현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깊은 우울의 경험으로 사람을 이끌게 됩니다. 그러나 우울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우울은 불안과 회피, 자살의 병리적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울은 창조적인 깨달음을 갖게 합니다. 인생의 깊은 깨달음은 남모를 눈물과 우울의 자리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조적 수용의 과정이 가능해 집니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애도 과정을 이렇게 대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들을 어이없이 잃은 친구의 회피와 분노 감정을 지지, 공감, 경청하실 때입니다. 섣불리 어떤 깨달음을 강요하거나 지적하듯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면 좋겠습니다(롬 12:15). 그 후 서서히 타협의 단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은혜가 넘치는 예배의 자리에 함께 하시거나, 좋은 강연, 뜻 깊은 공연과 전시회 등의 관람을 통해 친구의 현실 적응을 위한 일종의 점진적인 심리적 재활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마 올해 9~10월 정도가 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증상이 가을이라는 시기를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우울의 단계를 창조적으로 이끌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안산지역 교회들과 우리 교단 총회, 한국목회상담협회와 장신대가 전문적 상담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곧 잊혀질 아픔이고 슬픔일 테지만, 재난을 당한 당사자들에겐 일생동안 잊히지도 않고 잊을 수도 없는 상처입니다. 그리고 잊었다 싶다가도 불현 듯 또 다시 아픔을 경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픔을 당한 친구를 끝까지 지지하고 공감한다면, 그런 친구를 통해 성령님께서 역사하실 것입니다. 위로의 하나님께서 친구를 반드시 잘해주실 것입니다. 친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깜깜해질 때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세요(눅18:13)"라며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긍휼의 하나님께서 반드시 모두를 위로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견디게 하실 것입니다. 견디는 사랑(고전 13:7)을 통해 모든 것을 수용하며 씩씩하게 살아가게 되실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용이라는 은혜의 경험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상억 교수/장신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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