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잘 안다니는 깡촌서 촌로들의 든든한 아들 자처

버스도 잘 안다니는 깡촌서 촌로들의 든든한 아들 자처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봄철엔 트랙터, 가을엔 콤바인으로 농사 도우며 목회하는 부곡교회 박재관 목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6월 16일(월) 16:10
   
▲ 부곡교회 앞에서 함께 한 박재관 목사 부부.

"힘들었던 일이요? 이곳에서 목회하는 내내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했어요. 힘든 줄 모르고 재미있게 목회했습니다."
 
경남 산청에 위치한 부곡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재관 목사(55세)는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힘든 일은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부곡교회가 위치한 오부면은 지역의 시내버스도 하루에 여섯번밖에 다니지 않고, 심지어 6ㆍ25 전쟁 때는 인민군들이 "저 깊은 곳까지 사람이 살겠느냐"며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이러한 곳으로 목회를 오기까지 왜 사연이 없었으며, 설립 후 57년 동안 담임목회자가 20차례나 바뀐 교회에서 왜 어려움이 없었을까? 이런 경우 기자들은 이렇게 알아듣는다. "지금에서야 좀 살만 하다."

# 마음 아픈 이들 위한 중재자 역할

부곡교회는 1958년 설립되어 오랜기간 오부면의 영적인 기둥 역할을 해왔다. 부곡교회가 위치한 오부면은 오성 지역과 부곡 지역을 합친 지명이다. 두 지역 가운데 산이 놓여 있어 생활권은 분리되어 있다. 두 마을에는 교회가 각각 하나씩 있는데 현재 부곡 지역의 주민은 약 600명으로, 60~90대까지 노년층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부곡교회에서도 50대 가정은 박 목사의 가정뿐이다. 현재 부곡교회의 출석 교인은 40~45명으로 교인들의 연령이 높아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2월31일 이곳으로 부임한 박재관 목사는 이곳이 첫 담임 목회지이다. 개인사업을 하다가 2001년 마흔 두살의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한 박 목사는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의 소개로 부곡교회에 오게 됐다.
 
"이곳에 부임하기 전 이곳을 방문했는데 초겨울 4~5시 즈음이었어요. 이 안에는 마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완전 깡촌이지만 생각보다는 동네가 아늑했어요."
 
워낙 시골인지라 교역자들도 이곳을 정착지라기보다는 거쳐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 목회자들이 자주 교체되다보니 성도들도 목회자들에게 쉽사리 정을 주기가 어려웠을 터. 교역자들이 오면 으례 '얼마 있다가 가려나' 하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다.
 
"목회자가 너무 자주 교체됐으니 교회에 아픔이 있죠. 저에게도 가끔 물으셔요. 언제 갈거냐고. 5년 정도 있었더니 이제는 있으려나보다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성도들이 제 마음을 잘 알아줍니다. 사랑이라는 것도 받아주어야 가능하잖아요. 성도님들이 제 마음을 잘 받아주세요."
 
수십년 동안 마을 구성원, 교인들이 변함없는 상황에서 목사는 무슨 역할을 해야할까? 박 목사는 교인들끼리의 화합과 화해를 시키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 콤바인으로 이웃의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박재관 목사.

 
"수십년간 이곳에 사신 분들이 한두번 안 싸워본 집이 어디있겠어요. 목사는 성도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걸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제 어르신들이 나이도 많이 드셔서 가시기 전에 풀건 풀어야 해요. 그래서 풀어드렸냐고요? 이곳에 온 지 5년 지났는데 아직 멀었죠. 10~2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딱 저 은퇴할 나이네요."
 
부곡교회 인근에는 유독 1인 가구가 많다. 남녀의 평균수명 차로 인해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 많다. 워낙 고령이다보니 박 목사는 마을 회관을 들러서 2~3일 정도 보이지 않는 노인들을 찾아간다. 그러면 아파서 거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태풍이 오면 집이 떠내려갈까봐 겁이 난다며 박 목사의 사택으로 통장 등 중요 물품을 싸들고 며칠씩 보내기도 한단다.
 
"시골 목회라는 게 지역주민들 아프면 병원 모셔다 드리고, 오가는 길에 차 태워 드리는 등 큰 돈 드는 것은 못해도 살림 살피는 일은 다해야 해요. 그래서 그런지 아마 마을에서 제 욕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거예요."

# 농사 지어주는 목사

부곡교회는 시골교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봉사로 유명하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농기계를 집집마다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부곡교회는 트랙터와 콤바인 등 농기계를 교회 명의로 구입해 주민들이 필요로 할 때 돕는 맞춤형 봉사를 진행한다. 봄철에는 트랙터로 작업을 하고, 가을에는 콤바인으로 나락을 베어 탈곡을 해준다. 기계 운전은 박 목사가 하고, 인건비, 연료비, 유지보수비 등은 모두 무료다.
 
"주민들이 연세가 많으시고, 또 기계가 몇천만원씩 하는데 가정마다 구입하기도 어렵죠. 형편상 어려운 분들은 우리가 작업을 해드려요. 이집 저집 하다보면 한달이 후딱 지나가요. 기계를 빌려 작업을 부탁하면 한마지기에 5~6만원 들어요. 이런 돈이 드니까 농사 지어 손해보는 집도 많죠. 제가 작업하는 게 200마지기 정도인데 돈 받으면 꽤 되겠지요. 하하."
 
부곡교회의 이러한 봉사를 받은 지역주민들은 바로 교인이 되지는 않아도 교회에 호의적이 되고, 특별예배에 초청할 경우 참석을 한다고 한다.
 
도시교회의 청년들이 이곳으로 봉사활동 혹은 수련회를 오는 것도 부곡교회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다.
 
"여름에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오면 지역 청소, 하천정비, 의료봉사 모두 해줘요. 소망교회에서도 열심으로 봉사해주셨고, 부산구포교회에서 는 종합병원 수준으로 의료봉사를 해주세요.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하는데요."
 
부곡교회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주일학교가 부흥한다는 점이다. 부곡교회 주일학교에는 지역의 초등학생 16명 중 10명이 출석한다.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은 다른 마을에 살거나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이들이다. 기특한 아이들은 주일 오후예배에 찬양대를 선다. 주일학교가 활발해지면서 목사 부부는 더욱 바빠졌다. 아이들을 위한 차 운행, 설교, 몇 차례의 주일설교 등 '목회는 큰 교회도 한 보따리, 작은 교회도 한 보따리'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힘이 생기기도 한다고.
 
"진심으로 하면 통한다고 믿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님 말씀대로만 살면 결국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이곳에는 100호 이상 되는 면 단위에 교회 없는 곳 많거든요. 교회 없는 골짜기마다 교회 세워주는 것이 꿈인데 하나님 뜻이면 이뤄주시겠죠. 저희 가정은 그냥 이대로 먹고 살면 족해요.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 다 아세요. 족한 은혜 주시니까 내일 걱정은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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