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관이 답이다?

교회 정관이 답이다?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5월 27일(화) 09:46

요즘 교회 정관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모 교회에서 담임목사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려 하자 반대측에서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회정관에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의 많은 분쟁이 정관에 명확한 규정만 두어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관은 매우 중요하다. 소송으로 갔을 때 법원에서는 교회의 정관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교회에서 어떠한 내용으로 교회정관을 마련할 지를 고민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또 여러 기독교 관련 단체에서 이른바 모범정관이라는 것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보면 마치 정관에 무엇이든지 명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정관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면 정관엔 교인들의 동의만 받으면 어떠한 사항이라도 다 넣을 수 있을까? 특히 그 교회가 소속하고 있는 교단헌법 규정과 배치되는 내용을 정관에서 담을 수 있겠는가? 가령 대부분 교단헌법에는 목사의 정년을 70세로 정하고 있는데 지교회에서 이를 75세로 연장할 경우 그 정관은 효력이 있는지, 또 목사 임기제를 채택하거나 목사의 신임투표제를 도입하는 교회가 더러 눈에 띄는데 이것이 목사의 정년을 보장한 교단헌법에 위반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담임목사 위임식에서 대부분 목사님들이 "성경과 교단헌법의 규정을 준수한다"는 선서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교단법이 교회정관의 우위에 있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또 법 논리상으로 봐도 상위법인 교단헌법이 하위법인 지교회 정관을 구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선 교회들은 교회정관이 교단헌법에 우선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앞에서 거론된 모 교회의 정관개정안을 보면 "장로회 헌법을 본 교회의 독립성과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관에 준하는 자치 규범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명백히 정관을 교단헌법에 우위에 두고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교단과 지교회는 별개의 종교단체로 보아 교단 헌법은 교단 총회만을 규율하는 규범으로, 정관은 지교회 규범으로 각각 분리하여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지교회가 교단헌법을 정관에 준하는 자치 규범으로 받아들일 경우에만, 그리고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교단헌법이 지교회 내에서 효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회중정체(會衆政體)를 취하는 교단에는 타당할지 몰라도 교계주의를 취하는 감리교단이나 중도적인 장로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교회의 정체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어느 교회가 그 소속을 대한예수교장로회로 정관에 명시하는 한 이는 예수교장로회의 교리와 예배, 정치원리, 권징을 받아들인다는 표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관은 교단 헌법의 내용을 지교회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보충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교단 헌법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않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교단 내에 지교회 정관이 교단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를 심사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헌제 장로
중앙대 교수ㆍ들꽃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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