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목회, 이야기가 있는 정자나무 교회

나룻배 목회, 이야기가 있는 정자나무 교회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 리포트 6 /프랑스 성원용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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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6일(월) 18:40
   
▲ 교회 야외예배에서 교인들에게 설교하고 있는 성원용 목사.

프랑스는 이민국가가 아니어서 교민이 많지 않다. 교민이 되어 정착할 기회를 얻은 이들 조차도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머지 한국인들은 주로 유학생, 상사 주재원, 외교관, 여행자들이다. 이들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나그네들이다. 최근에는 프랑스에 머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환경이기에 한인교회들은 늘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고 그들과 정들면 떠나보내는 일을 반복하며 지쳐간다. 어떤 이들은 보내는 아픔으로 인해서 처음부터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도 한다. 목회도 장기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새신자 목회만 해서도 안 된다. 오래 사는 성도들을 지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열심히 기도하며 섬기고 사랑했던 성도들이 종종 "저희 교회 저희 목사님은요~"라고 해서 자세히 들어보니 자신들이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와 그 교회 목사님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고 목회의욕이 상실되기도 한다. 또한 나그네로 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잠시 머물다갈 교회를 위해서 깊이 헌신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목회를 해야 할까? 나는 나룻배 목회를 한다. 나룻배는 우리 교회이고 손님은 교인이고 사공은 목회자이다. 손님들은 자유롭게 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미련 없이 배에서 내려 자기의 길을 가지만 사공은 그들로 인해서 마음 상해 하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배에 타고 있는 동안만큼은 사공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교인들이 자유롭게 교회에 들어왔다가 정해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은 그들의 일이고, 그럴지라도 우리 교회 있는 동안은 목회자인 나의 영역인 것이다. 목회자는 때가 되어 떠나가는 교인들에게 미련을 갖지 말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축복하며 보낸다. 그러면 그들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파송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하고 보람 있는 목회가 되었다. 우리 교회는 나룻배 교회이고 나의 목회는 나룻배 목회이다.
 
또 우리 교회는 이야기꽃이 피어오르는 정자나무 교회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 시골마을이었다. 그 동네 앞에는 5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정자나무가 있었고 그곳은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 마을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쉼터였다. 누구든지 그곳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그곳을 떠나 자신만의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정자나무 아래에 가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부터 아낙네들의 입담과 아이들의 조잘거림이 가득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누어 몸의 피로감을 회복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 마음속에는 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정자나무의 추억이 자리 잡고 있다. 눈을 조용히 감으면 그 장면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나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우리 파리선한장로교회의 이미지를 '이야기가 있는 정자나무 교회'로 정했다. 정자나무는 우리를 위해서 주님이 달리셨던 십자가 나무이고, 그 아래서 모인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 이야기, 복음 이야기, 하나님 만난 이야기, 인생의 희로애락 이야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십자가 나무는 막힘이 없다. 누구나 들어 올 수 있고, 언제든지 자기 길을 가기 위해서 떠날 수 있다. 가끔 올 수도 있고 매일 출근하듯이 올 수도 있다. 그 아래서 하늘과 땅이 소통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세상과 교회가 소통한다. 그 곳에 오면 구원을 경험하고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다. 삶을 나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각자에게 주신 사명의 길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회관과 교회관은 나로 하여금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고민과 아픔을 극복하게 만들었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여기서' 기쁨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감사한 것은 최근에 정착하는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프랑스인들과 결혼한 국제결혼 가정이 늘어나고 프랑스 현지인들도 교인이 되어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님이 우리 교회에 주신 격려의 선물이다.
 
그러고 나니 내 마음에 행복과 보람이 찾아왔다. 내 마음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으니 교회 분위기도 즐겁고 교인들도 기쁨과 평안을 누린다. 주일 예배를 통해서 감격스런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들을 교인들은 예배 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프랑스교회를 빌려서 사용하다보니 공간사용과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길에 서서 이야기하고 카페로 몰려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이제 집에 가자"고 가야지 해놓고 문 앞에서 서서 한 시간이 더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무럭무럭 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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