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는 용기를 배우다.

벼랑 끝에 서는 용기를 배우다.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 리포트 4/ 프랑스 성원용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05월 26일(월) 11:29

파리장로교회에서 선교목사로 6년 반 사역을 마친 후에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목회를 하기 위해서 2002년 9월 29일에 파리선한장로교회를 개척했다. 성인 10명과 어린이 4명이 첫 예배를 드렸다.
 
내가 수년간 주일 오전 예배에 참석하고 주중에는 그들의 활동을 도와왔던 MPE(복음민중선교회, Mission Populaire Evangelique)가 세미나실을 3개월간 대여해 주었다. 이 선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꽤 있어서 그곳에서 우리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았으나 그 선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책임지기로 하고 그들을 설득하여 장소가 허락되었다.
 
개척예배를 드리기는 했으나 다음 주일에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다고 길거리에 나가 노방 전도를 하거나 가정집을 찾아다니며 전도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저 일주일 내내 기도만 할 뿐이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말씀을 읽는 일과 기도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사람은 물론이고 지나가던 강아지라도 들어와서 예배의 자리를 채워주었으면 하는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매일 3시간씩 기도했다. 
 
그런데 매주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3개월만에 40명이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말씀은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40:1)"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대로 우리 예배는 위로와 치유와 감격으로 넘치는 예배가 되었다. 예배시간마다 모든 성도들의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고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와 어루만지심을 경험했다. 초대교회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놀라운 은혜가 3년간이나 계속 되었다.
 
또한 MPE 담임 목사님이신 로랑 슐람베르제가 2010년에 프랑스 개혁교회 총회장이 되었고 그와 함께 2011년에 5월에 오를레앙에서 열린 프랑스 개혁교회 총회에서 한불선교협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MPE와의 계약이 끝나서 겨우 찾은 예배 장소가 파리 15구에 있는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교육관이었다. 주임 신부님이 1개월을 빌려 주었다. 1개월 후에 연장을 요청하자 그 신부님이 "당신들의 예배에는 구원이 없어 보이니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는 것이다. 속이 뒤틀렸지만 추운 겨울에 길거리로 나가서 예배드릴 수는 없어서 사정사정하여 2개월을 허락받은 후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섰다. 예배의 처소를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피를 말리는 일이었다. 감사한 것은 이런 와중에도 교회는 부흥했다. 3개월 동안 80명이 예배에 출석했다.
 
파리에 있는 개신교회들로부터 거절 편지만 받던 중에 16구에 있는 영국성공회가 연락이 왔다. 그 교회는 다른 교회에 장소를 빌려주지 않는 교회였는데 마침 그 시기에 교회 재정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놀랍고 정확하셨다. 예배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에펠탑 아래나 세느강 가에서 비 맞으면서 예배드릴 각오까지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 응답하신 것이다.
 
영국성공회와 5년을 지내면서 200명 이상이 출석해서 장소가 비좁아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그 교회와 선교적 협력을 하고자 여러 번 시도 했으나 그들은 우리와 세입자 관계만을 원할 뿐 선교 협력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선교협력을 위해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개혁교회를 놓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교회는 한국교회를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는 교회였다. "한불선교협력을 통해서 프랑스, 유럽, 아프리카 불어권을 선교할 수 있는 이 교회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기도를 시작한지 얼마 후에 리용 지역에 있는 프랑스 개혁교회들이 교회 건축을 하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에게 한국교회를 연결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나는 마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님과 그분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결국 이종윤 목사님과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님이 애쓰셔서 우리 교단 교회들이 재정지원을 하게 되어 교회 건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런 도움에 감격한 프랑스 개혁교회 목사님들이 8구에 있는 프랑스 개혁교회에 연락하여 우리 교회가 그 교회에 들어가 함께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 교회가 바로 내가 오랫동안 기도해 왔던 그 교회이다. 감사하게도 이 교회 목사님은 선교협력을 간절히 바라는 교회였다. 이 교회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칼뱅 탄생 500주년 행사, 한불공동예배, 사회봉사사역 등을 다양한 일을 함께 하게 되었고 이런 두 교회간의 다양한 협력이 프랑스 개혁교회에 알려지면서 우리 교단과 프랑스개혁교단간의 선교협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파리선한교회 목회의 지난 11년을 돌아보면서 나는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계획대로만 된다.
 둘째, 하나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로 잰 듯이 인도하신다.
 셋째, 하나님은 나와 우리 교회를 늘 벼랑 끝에 세우시고 거기서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하셨다.
 
파리선한장로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하면서 나는 벼랑 끝에 서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것을 배웠다. 벼랑 끝에 설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