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시험과 주일 성수

국가 시험과 주일 성수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5월 19일(월) 16:53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이 과거에는 일요일에 1차 시험을 치르면서 많은 기독교인 법학도들이 주일성수와 시험응시 사이에서 신앙적인 갈등을 겪곤 했다. 주일성수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가 국가고시를 일요일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1차 시험과 같은 대규모 응시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의 경우 그 시험장소는 중ㆍ고등학교 건물을 임차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고, 또한 시험관리를 위한 2000여 명의 공무원이 동원되어야 하며 일요일 아닌 평일에 시험이 있을 경우 직장인 또는 학생 신분인 사람들은 결근, 결석을 하여야 하고 그밖에 시험 당일의 원활한 시험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다. 이를 참작한다면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것은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독교 문화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구미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은 특별한 종교의 종교의식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조치가 기독교를 다른 종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해 그 청년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2000헌마159 결정).

최근에는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등을 평일이나 토요일에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법학적성시험(LEET)과 교사임용시험 등 중요 국가시험은 여전히 일요일에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시험은 아니지만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삼성고시' 등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 입사시험도 대부분 일요일에 시행된다.

성경에 따르면 사도들이 안식 후 첫날을 정해 모임을 가졌고, 오순절 성령강림과 사도요한이 밧모섬에서 계시를 받은 날이 주일이다. 하여 주일에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하나님의 영감을 받기 위한 예배에 전념하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갈등한다. 법조인, 교사, 대기업 입사 등은 많은 젊은 이들이 바라는 선망의 직업이요 또 이를 이루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일 성수를 위해 이러한 꿈을 접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시험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일요일 시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주5일제가 정착되기 전에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 이외에 토요일이 사실상 공휴일로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교단 차원에서 일요일 국가시험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여 청년들이 더 이상 주일성수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들이 뭐라고 하든 일요일은 공휴일이 아니라 주일이기 때문이다.  

서헌제 장로
중앙대 교수ㆍ들꽃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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