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비판과 명예훼손

이단 비판과 명예훼손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4월 08일(화) 09:44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다84236 판결

사안의 개요: A교회의 B목사에 대해서는 본교단의 1991년 제76회 총회에서 '통일교와 유사한 성적 모티브를 가졌고, 정통교리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고, B씨를 신격화하는 등 이단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예장 합동도 1995년 A교회를 한국의 대표적인 이단 교파 중의 하나라는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A교회는 이러한 이단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2002년 경부터 합동교단 소속 노회 가입을 추진하자 교단 내에서 찬반논쟁이 거세게 벌어졌다. 이에 총신대 신대원 교수회에서 B씨의 이단 검토 연구위원회를 구성했고, B씨가 이단성이 있다는 성명서를 광고로서 교단지 기독신문 2005년 7월 8일자에 게재했다. 기독신문사는 합동교단 유지재단 산하 기관이고, 주된 구독자는 교단 산하 목사와 장로로서 교단 내 배포가 99% 이상이며 인터넷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 그 후 신대원 교수회에서 B씨의 이단 검토보고서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2005년 9월 12일 신대원 교수 일동 명의로 신대원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합동교단은 2005년 9월 임시총회에서 신대원 교수들의 연구결과를 교단의 공식 입장으로 수용하고 A교회의 서북노회 가입 철회를 결의를 했다. 이에 A교회측은 신대원 교수 19명을 피고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법원은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제2심에서는 보고서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광고개재 부분에 대해서만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원피고 쌍방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판결요지: 피고들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진실한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실들을 적시하고 다소 과장되고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A교회와 B목사는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들은 교단 가입을 추진하는 A교회와 B목사의 이단성 검증의 목적에서 이 보고서를 작성ㆍ배포한 것이므로 그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법성이 없다. 또한 이들이 신학자로서 원고들의 교리에 관하여 연구하여 이 보고서를 작성한 후 장차 목회자가 될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 보고서를 배포하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합동교단의 총회에서 위 비판서를 배포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 및 교수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

원심은, 피고들이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행위는 헌법이 허용한 종교 비판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들의 광고 게재행위의 위법성에 관하여 보고서 작성ㆍ배포행위의 위법성과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피고들의 교수로서의 지위, 비판행위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공표가 이루어진 범위의 광협, 그 표현방법 등 그 비판행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과 그 비판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원고들의 명예 침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비록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고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보고서의 작성ㆍ배포행위가 종교적 표현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 광고 게재행위 역시 위법성이 없다.

이 사안은 최근 한국 교계에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명예훼손 사건인 동시에 한국 교단의 난맥상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례이다. 한국 정통교단에서 그 이단성에 관해 끊임없이 지적됐고 또 확인된 대표적인 A교회가 그 이단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통교단에 가입을 시도했고, 교단은 교리적 검토보다는 이 교회가 가지고 있는 교인 수나 경제력을 감안해서 교단의 세를 불리려는 목적으로 이를 받아들려 한데에서 문제가 발단된 것이다.

결국 교단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신학교 교수들이 나서서 A교회와 그 담임목사인 B목사의 이단성을 비판하여 이를 저지하려하자 신학교 교수들을 명예훼손 소송으로 몰고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소송에서 원고들은 피고들이 B목사를 비판하는 보고서 발간 행위와 기독교 신문에 비판광고 게재의 2가지 행위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은 모두 원고들의 손을 들어 줬지만 제2심은 이중에서 광고게재 부분에 대해서만 명예훼손을 인정하였는데, 대법원에서는 광고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2심 법원은 보고서 발간과 광고행위는 그 명예를 훼손시키는 파급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 전자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후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교적 비판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광고행위에도 적용하였다. 이는 결국 이단 논쟁에 법원이 개입할 것이 아니라 이를 교회와 신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여진다.

종교적 비판을 함에 있어서도 인신공격적이거나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을 하는 것은 종교적 비판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 사례에서 문제가 된 광고는, 그 문안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기는 하나, 피고들이 신학교수로서 학문적이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단으로 판단된 A교회가 정통교단에 가입함으로써 정통교단의 교리를 흐리게 할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동기나 인신공격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들이 만일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는 신학 교수가 아닌 일반인인 경우에도 판결이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을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문제된 비난광고가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인 또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영역'인가 하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광고가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교회인 A교회가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인 예장 합동에 가입함에 있어서 그 이단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즉 기독교를 표방하는 대형교회가 이단인지 여부는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는 공적 관심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주장과 비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안에 비해 훨씬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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