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길 되돌아본 귀한 '쉼'

목회의 길 되돌아본 귀한 '쉼'

[ 교계 ] 본보 목회자 100가정 초청 '쉼 프로젝트'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4년 04월 07일(월) 17:40
   
▲ 진주노회 산청시찰 3가정과 달지교회 이용민 목사(맨 우측)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원주=김혜미기자】 하나님도 쉬셨다.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창 2:3)"는 성경구절이 이를 증명해준다. 예수님도 쉬셨다. 무리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의 기도가 예수님의 쉼이었다. 이렇게 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시간적, 재정적 이유로 제대로 된 쉼을 갖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본보(사장:천영호)는 기독공보주일을 앞두고 지난 68년간 독자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세이브존 산하 오렌지재단(대표:고재일)과 협력해, 쉼 없는 목회 현장에서 지친 목회자들을 위해 '쉼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본교단 농어촌 자립대상교회 및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을 대상으로 오크밸리 무료 숙박권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1차 선발된 30가정이 지난 3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쉼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 3월 24일 경서노회, 진주노회에서 참여한 4가정의 쉼프로젝트를 동행 취재했다.

"자연 속에서 길을 걸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하나님 앞에 바르지 못한 것, 정직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저를 성찰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인 강귀남 씨와 함께 이번 쉼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서노회 달지교회 이용민 목사의 말이다.

경북 문경시 영순면 달지1리 654번지에 위치한 달지교회는 올해로 54주년이 됐지만 아직 자립대상교회다. 46세의 나이에 뒤늦게 신학에 입문한 이용민 목사는 지난 2007년 12월 아무 연고도 없던 산골 마을의 달지교회에 부임했다.

"목사는 주의 종이잖아요. 원래는 선교지로 나가려고 했었는데 농촌목회자를 구한다는 소식에 주님의 부르심으로 알고 이곳에 왔어요. 제일 먼저 한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하고 주님께 질문하는 일이었습니다."

청년 시절 예배사역에 비전이 있었다는 이 목사는 처음 달지교회에 부임한 이후 오후찬양예배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새 찬양을 한 곡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느덧 7년, 농촌목회의 보람과 감사가 있었지만 농촌 지역의 특성상 교인의 대부분이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이고 유교권 문화의 영향으로 불신자 전도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달지교회는 3번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20여 명의 교인 중 은퇴 장로, 권사 3명이 세상을 떠난 것. "교회로서는 큰 슬픔이었어요. 그 이후로 제 마음에 평강이 없는 것을 느낍니다. 언제부터인지 마음의 감사와 영혼에 대한 열정이 식어진 것을 느껴요."

가가호호 2월 대심방을 마치고 쉼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용민 목사가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마음속 깊이 간직한 비전을 꺼내놓았다. "문경 땅이 하나님 앞에 회복되기를, 성시화를 꿈꿉니다. 남들은 꿈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그런 땅이 됐으면 좋겠어요."

   
▲ 오크밸리에는 타 휴양지와 달리 영혼의 쉼을 주는 오크밸리교회가 있다.

오크밸리에는 타 휴양지와 달리 영혼의 쉼을 주는 특별한 장소, 오크밸리교회가 있다. 미리 약속한 시간에 맞춰 교회에서 진주노회 팀을 기다리는데 정겨운 승합차 한대가 들어섰다. 진주노회 산청시찰에서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송계교회 이상목 목사, 평촌교회 이부순 전도사, 모례교회 황인숙 전도사 부부 6명이 차에서 내렸다. "아이고, 엄청 머네예."

이 팀은 경비절약을 위해 같은 날, 같은 차로 이동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했다. 왕복 이동시간만 10시간이었지만 유머감각이 남다른 이상목 목사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까닭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이상목 목사는 팀을 대표해 "귀한 쉼프로젝트에 불러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그런데 오고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아쉽다. 지방에서 오려면 이동하는 데만 하루가 다 간다"며 2박 3일 프로젝트가 됐으면 한다고 귀띔했다.

평소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진주노회 산청시찰 팀은 1박 2일동안 한번도 매식하지 않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었다. 중요한 것은 쉼프로젝트인만큼 평소 내, 외조로 목회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주고 있는 부인, 남편은 쉬게 하고 교역자들이 섬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점.

여교역자로 13년째 지리산 산골에서 목회 중인 이부순 전도사는 "1975년도에 서울장신에 입학하면서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어릴 때부터 시골 목회자들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처음부터 자립대상교회로 갈 결심을 갖고 있었다"며 산골목회의 고충을 묻는 기자에게 "어려움을 감수하고 들어갔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이 전도사는 "우리 지역은 큰 사찰이 있어서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지역 복음화가 첫번째 기도제목"이라며 "사람들이 교회를 보는 시각은 많이 변했는데 결신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3년에 한사람 세례를 줄 정도"라고 기도를 요청했다.

역시 여교역자인 모례교회 황인숙 전도사는 올해 목사고시를 볼 예정이다. 황 전도사는 남편 이명웅 집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한편 "최선을 다해 사역하고 있지만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이런 기회를 통해 주님의 위로하심을 얻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산청시찰 안에 동역자들이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좋은 숙소에서 우리만 지내기가 너무 아깝더라"며 앞으로 농어촌 목회자들을 위해 이런 기회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취재후기

"가난한 목사였기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본보가 진행 중인 '목회자 쉼프로젝트'에 접수된 어느 목회자의 사연이다. 올해로 68주년을 맞는 본보는 그동안 독자들에게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이번 쉼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개신교 목회자는 가톨릭 신부처럼 독신으로 살지 않기 때문에 목회자임과 동시에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농어촌교회,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은 재정적으로 넉넉치 못해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히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번에 접수된 사연 중에는 목회의 1등 조력자인 부인에게 쉼을 주고 싶다는 남편 목회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싶다거나 사택이 교회 안에 있어서 쉼이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오는 12월이면 은퇴하는 말년 병장 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목회자도 쉼프로젝트의 혜택을 얻게 됐다.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에게 그랬던 것처럼,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 같은 달콤한 쉼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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