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눈물로 기도한 25년...감사

벼랑 끝에서 눈물로 기도한 25년...감사

[ 문화 ] 순수합창음악과 교회음악의 외길 걸어온 '모테트합창단'

최은숙 ches@pckworld.com
2014년 03월 28일(금) 16:25
   
모테트합창단 연주 모습.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묻는다면 솔직히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힘들었다' '어려웠다'는 말로는 도저히 그 시간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도 버티기 힘든 합창단의 위기였다. 오직 몇몇 후원자들에 의해 시작된 작은 합창단이었지만 맑고 깨끗한 울림, 정제된 화음, 깊이 있는 음악으로 순수합창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며 한국의 음악문화와 교회음악의 발전에 이바지 해 온 지난 25년이었다. 순수합창음악과 교회음악을 고집하며 걸어온 그 25년의 외길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아 오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93회 연주회를 갖는다. 박치용 단장은 "벼랑 끝에서 눈물로 기도한 시간들"이라며 "하나님이 주신 가장 귀중한 목소리로 인간의 내면을 위로하며 영혼까지 치유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서울대 음대를 수석 입학하고 졸업한 박 단장이 유학까지 포기하고 합창단을 창단한 이유는 "깊이있고 영감 가득한 음악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위로하고 영혼까지 치유하겠다"는 열정이었다. 지난 1989년 정통 합창단과 교회음악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젊은 음악인들과 "훌륭한 기독교 음악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자"며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모테트의 순수음악은 조금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도 좋은 상황도 아니다"는 박 단장은 그럼에도 정통클래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온갖 변종이 판치는 혼돈의 시대에 음악적, 정신적 순수 유전자를 끝까지 보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사회와 교회가 점점 더 치유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가는 이 때 우리가 품은 순수 유전자가 이를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치용단장

그는 "신학에는 음악이 필요하지만 음악엔 신학이 필요하지 않다. 음악의 근본에 말씀이 있고 말씀이 곧 하나님이기 때문이다"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삶을 포기하려는 한 성도가 다시 일어서게 됐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순수 유전자"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향후 "교회음악 연구와 교육, 청소년의 정서를 회복하게 하는 청소년 음악교육, 음악인들의 재능기부 활동, 그리고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전하는 국제교류 활동 등을 위한 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라는 비전을 밝히며, "좋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러한 열정과 고집으로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지난 2002년 한국을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일본 문화청 초청을 받았고 2005년 3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에서 단체로는 처음으로 음악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92회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초청, 해외, 지방연주 및 방송출연 등 1000여회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