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신뢰도 저조 눈길, 목회적 돌봄 시급

50대 신뢰도 저조 눈길, 목회적 돌봄 시급

[ 목회·신학 ] 기윤실 '신뢰도 조사' 결과가 한국교회에 주는 과제<下>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3월 05일(수) 15:14

지난달 5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이하 기윤실)이 발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는 연령별 조사결과 특별히 50대가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정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 일선 목회현장에서 50대에 대한 목회적 돌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연령대별 한국교회 전반적 신뢰 정도를 5점 만점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2.62점에, 19~29세는 2.47점으로 가장 낮았고,그 다음 50대가 2.53으로 두번째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30대(2.6)보다도 50대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08년 처음으로 신뢰도 조사를 할 때만 해도 50대에서는 특별한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당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일반인들이 쉽게 예상하는데로 60, 50, 40, 30, 20대 순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09년 조사에서는 50대가 조사대상의 전 연령대중 한국교회에 대한 최고의 신뢰도(3.01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조사부터 양상은 달라졌다. 2010년도에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해 40대 보다도 점수가 낮아지더니 결국 2013년도 조사에서는 30대까지도 제꼈다.
 
이번 조사에서 50대는 여러 종교 중 가톨릭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독교의 사회봉사 활동에 대해서도 기독교가 열심히 한다고 인식하지도 않고, 사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93.5%가 '과세해야 한다'고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종교인의 정치적 참여활동에 대해서는 가장 크게 반대(79.8%)했다.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 연령대 중 최저 점수를 주었으며, 한국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57.9%(전연령대 중 1위)가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라고 답했다. 마치 "인생 살아보니 기독교인들 믿을 게 못되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 50대는 왜 이렇게 교회에 실망했을까? 이를 위해선 우선 이 땅의 50대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5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란 전쟁 직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높아져 아기가 급증한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이 땅에 태어나 산업화에 매진하면서 '한강의 기적', 즉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세대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지원 받은 것은 없지만 효도관념이 몸에 배어 부모를 봉양하면서, 동시에 사교육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세대다. 유교문화의 부모세대와 IT 세대의 자녀 사이에서 양측의 요구를 만족시키다가 결국 자기를 희생한 세대다. 50대 대부분은 스포츠, 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1년에 한 차례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라와 가족을 위해 인생을 연소시켜온 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바로 '소득절벽'이라 불리는 퇴직ㆍ은퇴다. 연금을 받기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 남았고, 비싼 등록금을 대가며 졸업시킨 자녀들은 취업을 못해 백수생활을 한다. 또, 자녀들의 결혼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제적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진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대한민국 근대와 현대의 다리 역할을 한 50대는 정작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다리는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50대를 분석해 화제가 된 책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의 저자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문제의 키포인트는 800만 명 정도(전체 인구의 15%) 되는 50대에 있다"며 "사회 문제 100가지가 있다면 50대가 이끄는 가정에 90개는 걸려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50대를 "빈곤층 입주를 예약한 사람들"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이 땅에서 50대가 처한 이런 어려움들을 통해 우리는 왜 이 땅의 50대가 한국교회에 그렇게 불신을 갖게 되었을까를 짐작해볼 수 있다. 50대는 대한민국의 현역 중 가장 경험이 많고, 그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혜가 많은 나이이다. 사회의 속살을 가장 잘 아는 세대다. 지금까지 마소와 같이 헌신하며 일해왔으나 지금은 퇴직의 절벽 앞에서 불안한 50대, 인생의 산전수전 다 겪은 50대가 바라보기에 교회는 지금 너무 배부르고, 성도들의 현실적ㆍ영적 필요에 민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선 목회자들의 분석이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이번 기윤실 조사에서 50대의 교회 신뢰도가 낮게 나온 이유는 "50대는 한국사회를 전부 경험한 세대이기에 한국교회가 옛날에 비해 물량주의적으로 바뀐 모습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교회가 세속화 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곽재욱 목사(동막교회)는 "나도 50대로서 사회의 친구들을 보면 젊음을 바쳐 일한 후 지금은 퇴직을 당했거나 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70세 정년인 목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또한, 절박한 상황에서 언론 등을 통해 일부 목사들이 많은 돈을 받았거나 횡령, 배임한 소식을 들을 때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목사의 말대로 이번 여론조사 결과 50대들은 한국교회의 활동 정보에 대해 대부분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 듣고 있기 때문에 최근 언론에서 교회나 목사에 대해 부정적 노출이 많아 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톨릭은 선호하지만 기독교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곽 목사는 "기독교가 잘할 때 가톨릭은 힘이 없고 영향력도 크지 않았지만 기독교에 대해 실망한 상황에서 가톨릭은 많은 신자들의 신앙심을 흡수하는 대체재가 되고 있다"며 "일선의 목회자들의 각성과 교회의 적극적인 상황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라는 종합검진을 통해 50대의 심각한 통증이 드러난 이상 한국교회의 일선 목회자들이 50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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