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보다 강한 사랑(상)

불치병보다 강한 사랑(상)

[ 은혜의뜨락 ] 은혜의뜨락

황의붕
2014년 02월 27일(목) 11:22

필자가 앓고 있는 병은 신경성 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이다. 이 병은 불치병으로 피부가 포도송이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고통을 수반하는데, 6개월에 한 번씩 부푼 세포를 잘라내야 한다. 원인도 알 수 없어 몸과 마음의 고통을 평생 동안 지고가야 한다.

사실 지면을 통해 아픈 상처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그 동안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년 때부터 이병을 앓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 병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란 피부를 수술로 잘라내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또한 국내에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매년 수술을 위해 돈도 모아야 하지만 수술할 병원을 찾는 일이 더 힘들었다.

힘들게 찾은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는데 그만 담당의사가 부서를 옮기는 바람에 더 이상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다행이 다른 병원의 의료진을 소개받아 다시 희망을 얻었지만 말이다. 보통 환자들은 '병원이야 돈 받고 치료해주는데 무슨 감사할 것이 있는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는 필자는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의사가 아니고서는 힘들고 어려운 이 치료에 선뜻 나서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는 필자의 형편을 감안해 치료비도 낮춰주시고, 힘겹고 불편한 마음까지 위로해 주셨던 의료진들을 통해 다시 살겠다는 마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그들이 더 이상 의료진이 아닌 가족으로 여겨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필자의 외모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썩 친근한 얼굴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상대방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 스스로 한 없이 낮아지는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 특히 필자를 돌봐준 간호사들은 항상 따뜻한 표정으로 큰 힘을 줬다. 작은 웃음과 애정어린 눈길이 환란에 처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힘과 용기가 되는지 모른다.

평생 병과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필자를 염려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한 삶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감사하는 사람은 필자의 아내이다.

경제적, 환경적, 인간적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필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잠깐의 어려움은 이겨내지만 그것이 평생 계속된다면 회피해버리기 쉽다. 그러나 아내는 이병을 이해하고 필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지금까지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 낳아 잘 길러주었고 필자가 노회나 총회 일을 할 때도 "외모로 인해 기죽으면 안 된다"고 격려하며, 사람들 속에서 자신감 있는 하나님의 일꾼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 천사라고 생각한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것이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아내는 항상 "상을 받는 것보다 제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든든히 장로의 사역을 감당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한다.

여러 가장들이 그렇든 필자도 아내와 가족으로 인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곤 한다.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되는 날, 하나님은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내가 너에게 천사를 보내 너를 사랑했다"고.

황의붕 장로
학장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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