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 벗어나 침묵 속에 하나님과 깊은 만남

복잡한 세상 벗어나 침묵 속에 하나님과 깊은 만남

[ 목회·신학 ] 영성이 살아숨쉬는 수도원을 가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4년 02월 25일(화) 15:58

1. 은성수도원

'더 내려놓는 삶' 향해 가는 기도ㆍ영성 훈련
모든 이에 개방, 매일 3회 집회 반드시 참석


침묵(沈默) 속에서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갖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 시선을 맞춘 은성수도원. 복잡한 도시 생활을 떠나 산 속의 고요함 가운데 침묵하며 기도하는 은성수도원은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를 더욱 깊게 한다. 경기도 포천 운악산 자락에 자리한 은성수도원은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엄숙한 자태를 드러낸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5일, 1300여 평 위에 아직도 곳곳에 흰 눈으로 덮인 은성수도원은 고요하기만 했다. 이곳엔 20여 명이 머물고 있었지만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다. 수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보여주는 '침묵' 때문이었다. 3박4일간 머물 수 있는 이곳은 누구나 찾아와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처음 문을 열었던 은성수도원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엄두섭 목사다. 그는 당시 60세의 나이에 이곳으로 들어와 수도원을 시작했다. 세상 속에서의 신앙생활을 중시하던 당시 한국교회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수도원적인 영성을 강조한 그는 이곳에서 20년간 수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원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 그는 여러 수도원을 찾아가 배워가며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관상기도와 영적 독서 등으로 하루의 수도 생활을 시작했고 오전과 오후에는 노동으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가졌다. 평생 수도사와 수녀로 살기로 서원하는 청년들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했고, 이들 중에는 3년간의 훈련 과정을 거쳐 수녀 6명과 수사 2명이 종신서원하기까지 했다. 이후에 이들은 다른 지역에 수도원과 수녀원을 세우는 등 수도원 확산에도 기여했다.

20년간 수도자의 길을 걷던 엄 목사는 지난 1997년 개인 사정으로 수도원을 떠났다. 은성수도원을 떠나면서, 그는 장신대 주선애 교수에게 은성수도원을 양도했고, 주 교수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 기증하면서 은성수도원은 오늘날 장로회신학대학교 경건훈련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학대학원 신입생을 중심으로 주말에 2박3일간 경건훈련과 방학동안 두 주간 재학생 영성훈련의 일정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어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는다.

   
 
은성수도원에 머무는 사람들은 하루 3번의 집회엔 반드시 참석하도록 돼 있다. 오전 5시 30분에 있는 새벽기도회와 오전 12시에 중보적 기도, 그리고 저녁 7시에 침묵기도 시간이 있다. 세 번의 집회가 이곳을 찾은 이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새벽기도회는 성서정과에 맞춰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설교도 교회력에 맞춰 선포된다. 그리고 12시 중보적 기도시간엔 기도제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한다. 저녁 7시엔 침묵기도 시간으로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 앞에 머무는 기도'와 '말씀으로 하는 기도'로 이뤄진다.

은성수도원에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벗어나 침묵과 기도를 통한 수도적인 영성 훈련이 이뤄진다. 예수님이 사셨던 삶을 묵상하게 되고 예수님이 삶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 더 깊은 영적인 훈련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더 내려놓는 삶, 그리고 주님을 깊이 만나고 그리스도 중심의 본질로 돌아가는 삶의 경험이 이뤄진다.

세상 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요즘 무척 분주하고 시끄럽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교회 성장의 열망에 따른 대형화와 기복적인 정서로 인한 물질 추구, 세속에 물든 윤리적인 타락 등으로 한국교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수도원적인 영성운동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수도원적인 영성운동은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새로워지고 순수한 복음의 열정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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