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 목사 94년만에 고교 졸업장 받았다

손양원 목사 94년만에 고교 졸업장 받았다

[ 교계 ] 중동고등학교, 지난 6일 명예졸업장 수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2월 17일(월) 16:51
   
▲ 지난 6일 서울 중동고등학교에서 94년만에 고 손양원 목사에 수여한 명예졸업장을 들여다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증경총회장 방지일 목사와 손양원 목사의 딸 손동희 권사. 방 목사는 젊은 시절 손양원 목사와 함께 신학도로서 평양신학교에서 함께 수학하며 친분을 나눴다.

"오늘 이 자리에 아버지가 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기뻐하셨을거예요. 졸업장을 아버님 기념관에 영원히 보관하겠습니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딸인 손동희 권사는 지난 2월 6일 중동고등학교 졸업식에서 94년만에 받은 아버지의 명예졸업장을 들고 감격에 차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물론 세계교회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손양원 목사가 94년만에 당시 학업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중퇴한 서울 중동고등학교의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기록에 따르면 손양원 목사는 1919년 서울 안국동에 있던 중동학교에 진학, 밤에 만두를 팔면서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으나 3.1운동 후 부친이 고향에서 독립운동으로 징역을 살게 되고 손 목사에게도 위기가 찾아와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고등학교측은 손 목사가 1919년 4월에 입학해 1920년 4월 3일 자퇴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명예졸업장 수여가 이뤄지기까지는 손 목사의 재학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제17대 중동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이자 순복음강남교회 안수집사인 백강수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백 변호사는 손 목사의 재학 사실을 알게 된 후 중동고 교장과 손 목사의 딸인 손동희 권사에 명예졸업장 수여를 건의했고, 이어 총동문회 임시위원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동의해 이뤄지게 된 것.
 
중동고등학교는 지난 6일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식을 수여를 한 후 오후에는 심포지엄을 개최해 손양원 목사를 역사적으로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딸인 손동희 권사의 증언과 손 목사와 함께 신학교를 다녔던 방지일 목사의 회고의 시간을 가진 뒤 이만열 교수(산돌 손양원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가 손양원 목사의 한국사적 의미를 소개했다.
 
이날 손 권사는 손양원 목사가 학창시절 주일성수를 하다가 만두집에서 쫓겨난 이야기, 며칠 간 밥을 굶으면서도 십일조를 바친 이야기, 소탈하고 서민적이었던 성격, 여순반란 때 두 오빠를 잃었던 슬픔, 아버지의 헌신적인 한센병자를 위한 사역, 순교 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손양원 목사와 신학교를 함께 다녔던 증경총회장 방지일 목사는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은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축하의 인사만 전했다. 방 목사는 평양신학교 32회 졸업생으로, 33회 졸업생인 손양원 목사와 함께 수학했다.
 
방 목사는 "손 목사는 키가 작아서 '앉으나 서나 똑같다'고 동기들이 맨날 놀리곤 했다"며 "그러나 테니스 등 운동에도 소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방 목사는 "당시 학생들이 100명 정도밖에 없어 모두 친하게 지내 손 목사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다"며 "신앙심은 말할 것도 없이 깊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오는 13일에는 여수시 시장과 함께 여수 손양원 기념관에 명예졸업장이 전달되며 이날 기념 식수 행사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손 목사의 중동고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해 온 백강수 변호사는 "동문들은 학교 역사의 창고 속에 깊숙히 파묻혀 있던 보석 같은 선배이자 동문을 94년 만에 발견해 더할 수 없이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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