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생명 살림의 공동체인가?

교회, 생명 살림의 공동체인가?

[ 교계 ]

이홍정 목사
2014년 01월 20일(월) 11:59

1월 특집 - 2014년 키워드 ④살림(生)

자신 비우고 세상과 소통해야 치유 화해 가능
'전체 교회의 동반성장 구조 마련' 선결 과제
치유와 화해 - '살림'의 영성과 전략


상황: 오늘 우리는 '치유'와 '화해'를 갈망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120억명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 인류역사상 가장 높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화시대, 그러나 가장 큰 빈부격차를 보이며 하루에도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절대빈곤이 구조화된 불평등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극심한 소외로 인해 생명죽임의 아노미현상이 만연된 반생명의 시대풍조 속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 부패국가로 520조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짊어진 채, 반생명적 분단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국과 블록들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과 문명의 충돌로 상징되는 지정학적 세계질서의 위기시대 속에 동북아시아에 형성된 신(新)냉전적 갈등은 한반도를 극심한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와 핵위기 확산으로 야기되는 지구생명공동체 공멸의 위기와 문명사적 전환이 요청되는 후쿠시마 이후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원전으로 대변되는 서구현대문명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오늘 생명의 관계망이 파괴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영적 생태적 관계의 파탄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소외되고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분리된 인간사회는 결국 자기비움과 상호의존성을 상실하고 독점과 사유화라는 욕망의 늪에 빠져 갈등하며 사회적 관계의 파탄을 심화하고 있다. 창조와 역사의 상관성이 파괴되고 모든 생명체들이 상품화되면서 하나님의 생명망은 총체적으로 상처입고 신음하며 치유와 화해를 통한 생명살림을 갈망하고 있다.

복음과 교회: 이 같은 생명위기상황의 한복판에서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생명살림의 복음, 치유와 화해의 복음의 말씀을 함께 듣는다. 그리고 치유와 화해의 선교사역을 위한 생명살림공동체로 세상에 보내진 하나님의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인식한다.

역사와 창조세계를 구속하기 위해 일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이시다. 생명의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값비싼' 은총의 구속사건을 통해 치유하고 화해하는 하나님이다. 치유하고 화해하시는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공동체와 더불어 지금 여기에서 치유와 화해의 선교를 통해 정의와 평화의 기둥을 세우시고 생명살림의 집을 건설하시는 하나님이다.

교회는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하나님의 백성공동체, 즉 생명살림공동체이다. 교회는 먼저 '모이는' 교회로 삼위일체하나님과의 치유되고 화해된 관계를 체험하는 성만찬공동체, 영적 수직적 코이노니아 공동체이다. 동시에 교회는 '흩어지는' 교회로 인류공동체와 창조세계를 포함하는 우주적 생명공동체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하나님의 선교사역에 참여하므로 그리스도안에서 만물의 하나됨을 선취하는 대안적 생명공동체, 사회적 생태적 코이노니아 공동체이다.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해석학적 실천의 과정 속에 불가분리적으로 상호연결되어 있다. 교회는 자기비움과 상호의존성의 영성공동체로 십자가 아래에서의 자기비움과 세상을 향한 개방성을 통해 치유와 화해의 생명망을 짜며 하나님의 생명살림선교에 참여한다.

정행(正行): 오늘 이 시대의 상황과 복음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신학적 해석학적 기준인 치유와 화해는 생명살림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의 영성이며 동시에 전략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구속하시고 섭리하시는 생명세계인 하나님의 나라를 지탱하는 두 축은 하나님의 의와 화평, 즉 정의와 평화이며, 정의와 평화가 서로 입맞추는 통전적 과정이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다. 정의 없는 평화는 거짓 평화이며 평화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정의는 보복적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치유와 화해의 과정 없이 생명을 얻고 풍성하게 하는 복음화와 이를 위한 정의와 평화의 통전적 상호공존은 가능하지 않다. 치유와 화해의 과정에서 진리는 정의와 평화의 길을 인도하며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의 원천이 된다. 진리이신 하나님께 뿌리를 두고 있는 치유와 화해의 사역은 하나님과의 관계, 인간들 사이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복음의 총체성과 온전성을 증언한다.

세계교회 에큐메니칼운동은 WCC 제 10차 부산총회를 통하여 생명과 정의와 평화운동을 위한 순례의 여정을 출발하였다. 우리 교단은 여기에 응답하며 97회 총회결의를 통해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운동 10년'(2012-2022)을 전개하기로 하였고, 이를 위해 97회기에는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을, 98회기에는 '그리스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을 주제로 정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행하는 나눔과 섬김의 사역이 생명살림을 위한 교회의 본질적 사역임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2013년부터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까지를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3년'으로 정하고 분단체제와 냉전의식을 넘어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길로 민족공동체를 인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유와 화해를 통한 생명살림의 길은 하나님의 생명망 안에 있는 깊은 상호의존성에 대한 각성과 자기비움의 실천을 통해 독점과 사유화로 상징되는 인간욕망의 늪을 벗어나 공생공빈(共生共貧)의 삶을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 안전과 안락의 자리에 머문 채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며 행하는 사랑의 나눔은 세상의 부유한 자들도 행하는 '값 싼' 자선이요, 바리새인적 위선이요, 성문 밖에서 당하신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배신이며, 작은 이들의 삶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무지이다. '값 싼' 은총을 나누는 것으로는 치유와 화해의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 작은 이들의 벗이 되어 사랑의 섬김을 실천하기 원한다면 '성문 밖'의 동행과 환대의 자리로 나가야 한다.

자기비움과 상호의존성의 영성으로 실천하는 생명살림의 사역인 치유와 화해의 복음선교는 '에큐메니칼하게 지속가능한 지역교회성장'을 이루고, 이것은 결국 '총체적 생명자본의 성장'을 가져온다. '에큐메니칼하게 지속가능한 지역교회성장'이란 개체교회의 성장이 전체교회의 동반성장을 가져오는 성장으로, 지역교회들의 공동의 증언과 봉사와 일치를 위한 지역에큐메니즘의 연구개발과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총체적 생명자본의 성장'이란 지역교회의 치유와 화해의 복음사역을 통해 인간사회의 상호의존적 생명망이 강화되면서, 영적, 육체적, 사회경제적, 교육적, 윤리적, 문화적, 생태적 자본 등이 동반성장하는 것으로 이것은 미래세대의 성장을 동반한다.

2014년, 한국교회가 치유와 화해의 복음으로 갱신되고 사랑의 나눔과 섬김의 실천 안에 일치하므로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기둥을 세우고 하나님의 생명의 망을 짜고 생명의 집을 지어가는 생명살림공동체로 성장해가기를 기원한다.

이홍정 목사 (총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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