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공회, 또 다시 논란 일고 있다

찬송가공회, 또 다시 논란 일고 있다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4월 29일(월) 09:32
예배와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성경과 찬송가다. 하지만 신앙생활의 '기본 준비물' 중 하나인 찬송가를 둘러싼 논란이 꺼질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찬송가와 관련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은 법인 찬송가공회의 적법성 및 공회 내부의 갈등과 비법인 찬송가공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찬송가를 만들자는 논의 등이다. 만약 여기에 출판권 문제와 새로운 법인을 구성하자는 등의 문제들이 추가되면 '21세기 찬송가'를 개발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대혼란 시기로 완벽하게 회귀할 수 있는 요건들이 갖춰진다. 개발을 시작한 뒤 무려 10여 년 동안 '나올듯 말듯, 오락가락'을 반복하면서 100억원에 가까운 개발비를 사용하면서 2006년 11월 13일에야 교인들의 손에 쥐어진 21세기 찬송가와 이를 만든 (재)찬송가공회를 두고 또 다시 점화되는 논란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갈등의 발원지는 또 다시 (재)찬송가공회
 
(재)찬송가공회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재)찬송가공회는 지난 4월 17일 천안 사무실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법인운영 전반에 걸쳐 조사를 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시말해 찬송가공회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이를 전면 조사하자는 논의를 한 것이고, 5월 20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조사 위원회가 조직될 것으로 보인다.
 
(재)찬송가공회를 둘러싼 소송도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5월 21일 (재)찬송가공회가 비법인 찬송가공회로부터 합법적으로 권리와 재산 등을 승계받지 못했다며 '기본재산 출연 부존재'를 이유로 법인설립을 취소했다. (재)찬송가공회는 곧바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하고 말았다. 서울시와 충남도청을 오가며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통해 지난 2008년 법인설립에 성공했던 (재)찬송가공회에게 엄청난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하지만 (재)찬송가공회는 행정소송을 내면서 법인인가 취소의 효력을 본안소송 때까지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도 함께 냈고, 법원이 또 다시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재)찬송가공회는 당분간 법인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재)찬송가공회가 재판에서 승소해 법인 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만약 대법원에서 (재)찬송가공회가 최종 패소할 경우 현재 법인 찬송가공회는 공중분해되고 만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교회는 또 다시 찬송가 판권 관리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2000년대 초ㆍ중반의 극심한 갈등이 재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설마 또 새 찬송가를?
 
이와중에 비법인 찬송가공회를 중심으로 '표준찬송가'를 펴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미 시안이 만들어져 있다는 표준찬송가에는 2006년 11월 이전 한국교회가 공통으로 사용하던 통일찬송가에 수록되어 있던 찬송가를 중심으로 모두 530여 곡이 담겨있으며, 이중에는 한국인이 만든 찬송도 70곡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복음성가도 70여 곡이 부록형태로 추가되어 있다. 이들이 표준찬송가를 또 다시 발행하겠다는 이유는 현재의 21세기 찬송가가 함량 미달인 곡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해외 찬송 21곡에 대한 저작권료가 매년 거액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찬송가가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 찬송가 또한 3만여 곡을 두고 수차례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통일찬송가에서 481곡, 해외 찬송곡과 복음성가 등을 합쳐 모두 163곡을 추가해 만들어졌다. 또한 신곡 중 70%를 차지하는 115곡이 한국인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다시말해 완전히 특별하고 새로운 찬송가를 고작 7년 여만에 개발해 내는 게 가능한지, 또한 필요한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큰 것이 현재 교계의 정서다.
 
▲결국 피해자는 교인과 교회 뿐.
 
사실 교회들 중에는 1983년 출판된 '통일찬송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교회들도 있다. 결국 표준찬송가의 등장은 3개의 찬송가를 혼용해 사용하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하나의 찬송가를 통해 연합하자'는 기존의 정신이 완전히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또한 표준찬송가가 발행될 경우 2006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이 시작돼 아직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찬송가를 또 다시 바꿔야 하는 교인들은 사실상 찬송가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스마트폰과 테블릿PC의 보급으로 인해 찬송가 시장이 2006년과 비교해 급변했다는 점도 새 찬송가 무용론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도 적지않은 수의 교인들이 무거운 성경ㆍ찬송 합본 대신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의 성경ㆍ찬송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예배를 드리는 상황에서 또 다시 새 찬송가를 출판했다고 해서 과연 구입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교인들의 마음에 달려있다. 교회가 구입하라고 해서 마지못해 구입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단들도 제3의 찬송가를 두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본교단만 해도 21세기 찬송가 사용 여부를 격론 끝에 '번안동의'라는 흔치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91회 총회 때 결정한 바 있다. 그만큼 새 찬송가를 채택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고작 7년만에 반복해야 한다면 그것은 한국교회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해법은 없나.
 
본교단 연합사업위원장이자 찬송가공회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서 목사(증경총회장, 제주영락교회)는 (재)찬송가공회와 비법인 찬송가공회 사이의 기류가 "매우 묘하다"고 표현했다. 김정서 목사는 "올 9월 교단 총회에서도 찬송가로 인해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 매우 상황이 묘하게 됐다"며 큰 우려를 전했다. 그만큼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재)찬송가공회와 비법인 찬송가공회 사이에 조건을 달지 않은 대화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서로의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갈등의 골도 깊어 쉽지는 않겠지만 법원의 판결로 법인이 해산될 경우 야기될 혼란을 염두에 두고라도 일단은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찬송가를 통해 연합한다'는 1983년 통일찬송가 발간의 정신을 되새겨서 찬송가가 진정 성스러운 예배의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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