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겠구나" 공감해야 치유 길 보인다

"많이 힘들겠구나" 공감해야 치유 길 보인다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3월 25일(월) 12:11

탈진한 엘리야에게 내민 치유손길 '우울증 치료의 교과서'
우울증 환자 매년 증가추세 "교회도 예외 아니다"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하이패밀리(1588-4673) 마음쉼터위드하우스(02-6080-2450)에서 도움받을 수 있어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명숙권사(53세, 가명). 여장부로 불리며 믿음 좋기로 소문난 김 권사가 최근 갑자기 이상해졌다. 외모도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힘들다", "남편, 자식 다 소용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지난 수십년간 교회의 모든 모임에는 물론, 크고 작은 봉사에도 빠지는 법이 없던 김 권사가 최근에는 어떠한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심지어는 주일예배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 권사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거나 신호음만 계속 울릴 뿐이었다. 교회 청년부에 다니는 딸에게 김 권사의 안부를 물어도 "그냥 몸이 않좋으신 것 같다"는 애매한 대답을 하다 얼마 후에는 친척이 살고 있는 미국에 여행을 갖다고 이야기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 권사는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아들의 결혼, 남편의 사업실패, 갱년기 장애 등을 겪으며 우울증에 걸린 것이었다. 결국 김 권사는 병원을 다니며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증세가 호전되어 약 5개월만에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다.
 
위의 김 권사의 이야기처럼 최근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이란 '우울감, 의욕저하, 흥미 상실, 수면장애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삶의 무게 때문에 우울증이 올 수도 있지만 생물학적, 유전적, 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난 2011년 53만5천3백85명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2007년 47만6천4백88명이던 우울증 환자는 2011년 53만5천3백85명으로 늘었다. 2005년 42만 명, 2006년 44만1천명, 2007년 47만5천명 등의 추세로 볼 때 연평균 2.2%씩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 내의 상황은 어떨까?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우울증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하나의 증상으로 보지 않고 신앙적 문제로 생각해 드러내놓지 않아서 겉으로는 숫자가 많은 것 같지 않지만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교회 내 우울증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눈에 띄지 않는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되고, 같은 성도로서 그리고 인생의 친구로서 옆에서 힘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 목사는 우울증에는 여러가지 증상이 나오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언어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송 목사의 설명.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죽고 싶다", "믿을 사람 하나 없다" 등 불신과 허무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특징이 나타난다. 피부트러블이 심하거나 탈모가 심해지기도 하고, 두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교인들은 영적인 신호도 보낸다. 송 목사는 "교인이 우울증에 걸리면 교회 공동체에 속하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공공연히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기도 한다"고 증상을 설명한다.
 
그러면 우울증에 걸린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들다"는 신호를 보낼 때 가족이나 친구들은 흔히 "너만 힘드냐", "세상에 너 정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와 같은 부주의한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이 이러한 시그널을 보낼 때는 상담적 언어로 상처를 감싸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한국생명의전화 핫라인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채명숙 권사(늘푸른교회, 65세)는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힘든 점을 들어주기를 원한다"며 "먼저 그 사람 편이 되어주어야 자신의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그 다음 치유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힘들겠다"는 공감이 먼저이지 "너만 특별히 힘든 것 아니다"라는 훈계나 핀잔은 상황만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송길원 목사는 우울증 환자의 치유를 위해서 하나님이 탈진한 엘리야에게 접근한 방법을 권한다. 이세벨을 피해 도망간 엘리야가 지쳐 있을 때 까마귀가 음식을 통해 푸드 테라피를 하고, 이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진 후 세미한 음성으로 새로운 힘을 불어넣은 그 방법이 우울증 환자에게 접근하는 순서가 우울증 환자 치유의 교과서같은 예라고 강조한다.
 
또한,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가족들이 우울증 환자의 1차 상담자가 되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상담전문가 채명숙 권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은 가장 먼저 우울증 증상을 발견할 수 있어 초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에 우울증 치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력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교인들은 우울증을 신앙이나 인격과 결부짓는 것도 피해야 할 행동이다. 이러한 사소한 행동들로 인해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안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송 목사는 "교회 공동체가 사랑과 용납, 치유의 공동체가 되어야지 정죄, 비판의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교회 안에서 따뜻한 관심과 기도로 돕는다면 우울증 환자들이 공동체에 섞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치유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주위의 우울증 환자에게 자신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도록 권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계에서는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하이패밀리(1588-4673), 마음쉼터 위드하우스(02-6080-2450) 등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나의 우울증 진단*
 
다음을 읽고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보자. 각 항목의 점수를 더했을 때 총점이 11점 이상이면 우울증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다: 0점, 조금 그렇다: 1점, 심하다: 2점, 매우 심하다: 3점)
 
1. 슬픈 기분이 든다.
2. 앞날이 비관스럽다.
3. 지난 일들이 실패했다고 생각된다.
4. 죄책감을 느낀다.
5.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6.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7. 일이 잘못되면 내 탓이라고 생각된다.
8. 자살하고 싶다.
9. 괜히 울음이 난다
10. 초조하고 짜증이 난다.
11.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12. 무슨 일에 대해 결정을 못한다.
13. 내가 전보다 못생겨졌다고 생각된다.
14. 무슨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힘이 든다.
15. 잠을 잘 못 잔다.
16. 쉽게 피곤해진다.
17. 입맛이 없다.
18. 몸무게가 줄었다.
19. 몸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된다.
20. 성생활에 흥미가 없다.

<자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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