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들의 벗' 구호따로 실천따로

'작은 이들의 벗' 구호따로 실천따로

[ 교계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3월 22일(금) 15:42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소외계층 외면하는 교회, '작은 이들의 벗되는 부활절' 기대
 
본교단 총회는 지난해 12월부터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을 주제로 총회 산하 8천3백여 교회가 지역사회의 작은이들의 벗이 되자는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 △다음세대 △장애인 △다문화 가족 △북한동포 △갇힌 이들 △국군장병 △농어촌 교회 등 8개 분야의 계층을 '작은 이들'로 규정하고 총회 각 부서는 본보를 비롯한 총회 산하 기관과 노회와 교회가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했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작은 이들과 함께 울고 웃자'고 제안하는 것은 제97회기 총회가 정한 주제가 '작은 이들의 벗'이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가 올해 연합예배의 표어로 '교회, 작은자의 이웃'으로 정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교회가 우리 동네의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성탄절과 부활절 등 특정한 기념일만 해야 하는 것 또한 더더욱 아니다.
 
기독공보는 2013년 부활절을 '작은 이들의 벗되는 부활절'로 정했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도 서울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 시무)에서 마련되는 연합예배를 비롯해 서울 각 지역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각각 연합예배가 진행된다.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그동안 대규모 옥외집회에서 예배당 등 옥내에서 드려지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일치하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하는 한국 교회의 못된 버릇을 회개하는 한편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한국 교회의 아픈 현실을 반영한 것이 '작은 이들의 벗되는 부활절'이다. 내 교회 내 성도의 안락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의 양적 성장에 집중하는 물량주의에 몰두해온 것을 회개하는 한편 교회의 관심에서도 소외된 이들에게 손내밀어 '이제서야 되돌아 보게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교단 총회가 '작은 이들'로 규정한 계층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들이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이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강원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교회가 이웃되기를 권고한 작은 이들의 범주에서마저도 소외됐다.
 
총회장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시무)가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 현장을 방문해 "이제서야 오게 돼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손 총회장의 말처럼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표명했으니 반가운 일이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로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우리에게 다가와주셔서 우리 노동자들은 다시 희망의 끈을 붙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응수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논평은 꼼꼼히 생각해볼 대목이다. 외부 방문객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표시라 해도 "당신들 덕분에 다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고백은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심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서로 비난하고, 각 진영 안에서도 미워하고 시기를 멈추지 않는 오늘의 교회 현실은 '작은 이들'을 보는 시각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진보로 분류되는 교회는 쌍용자동차 사태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고, 보수라 불리는 교회는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등 파업 농성에 참여한 당사자들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는 진보성향의 교회를 향해서는 해묵은 색깔논쟁으로 몰아세웠다.
 
본교단 총회가 8개 분야의 작은 이들 범주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대표적인 소외계층을 포함하지 않은데 대해 총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대상인 '가난한 이들'에 비정규직 노동자와 용산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총회장의 쌍용자동차 농성현장 방문도 이미 지난해말 예정했으나 쌍용자동차 문제가 한 때 해결국면으로 변화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늦어지게 된 것이라면서 "총회는 모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부르짓는 구호가 진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벗'이 되겠다는 구호는 있지만 정작 총회 본부와 산하 기관에서 장애인 직원을 보기는 어렵다. 총회 역시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조차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총회 관계자는 "법률에 따른 총회의 장애인 의무고용은 한 명이며, 이미 고용 계획을 세워 결원이 발생하면 우선 채용키로 돼있다"고 말했다. 본교단 총회에는 현재 한 명의 장애인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5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직원의 2.3퍼센트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한다. 본교단 목사로 장애인 운동을 해온 배융호 목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는 "법 조문을 적용해 의무를 다하겠다는 발상은 스스로 작은 이들을 위한 벗이 되겠다고 공표한 교회가 가질 입장이 아니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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