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통해 온몸으로 주님께 찬양 드립니다

수화 통해 온몸으로 주님께 찬양 드립니다

[ 교단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3년 03월 14일(목) 15:47

충청노회 청주농아인교회
 
"한국교회는 크게 부흥했지만 농아인교회의 사정은 다릅니다."
 
국내 농아인 수는 35만 명에 달하지만 이 중 기독교인은 7천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영락교회 농아부가 설립되면서 시작된 본교단의 농아인 선교도 무한한 선교 가능성만 있을 뿐 교단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1990년대 중반 사회봉사부 산하에 농아인선교회가 설립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지만, 현재 농아인교회 또는 농아인부가 있는 교회는 50여 곳 뿐이다.
 
기자는 지난 12일 총회 농아인선교회 총무 안성국 목사가 시무하는 충청노회 청주농아인교회를 찾았다. 그리고 안 목사는 농아인 선교가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례 요한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를 외쳤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이 복음을 접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아마도 농아인들은 복음이 선포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안 목사는 "교회들이 '세상엔 복음을 들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농아인 선교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음을 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 '농아인 선교'의 첫 걸음은 수화(手話)를 배우는 것이다.

   

수화는 어순(語順)이 음성언어와 다르고, 어휘 수도 음성언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수화는 음성언어를 그대로 손동작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농아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인 셈이다. 또한 비장애인들은 '농아인도 읽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경을 비장애인처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농아인은 드물다고 한다.
 
청주농아인교회는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을 찬양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수화 찬양에는 음계도 박자도 없다. 손과 몸동작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안 목사는 그것이 오히려 수화찬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들은 찬양을 무뚝뚝하게 부를 수도 있지만 수화찬양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리로 표현할 수 없는 곡의 선율과 자신의 감정과 온 몸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엔 은혜가 가득하죠."
 
그의 꿈은 수화찬양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수화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수화찬양팀을 비장애인교회에 파송해 찬양으로 하나되는 기회를 갖고 싶어서다.
 
"하나님이 다윗을 왕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저는 찬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양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가장 좋은 도구죠. 비장애인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농아인들의 은혜로운 몸찬양이 어우러질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안 목사는 주변 교회에서 초청을 받을 때마다 수화찬양대와 함께 강단에 올라 청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 하지만 그를 불러주는 교회는 많지 않다.
 
또 50여 명의 교인들은 대부분 공장 근로자들이다. 농아인 교회가 많지 않아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 청주농아인교회 체육대회
 
"농아인 예배는 교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뜨고 있어야 하잖아요. 토요일 밤에 야근을 하고도 주일 예배에서 눈이 붉어지도록 저를 쳐다보고 있는 교인들을 보면 교회가 좀 더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청주농아인교회의 조직과 프로그램은 여느 교회와 비슷하다. 남ㆍ녀 선교회, 청년회, 교회학교가 있고 한 달에 한 차례 제직회도 갖는다. 주일과 수요일에 예배가 있고 연중행사로 체육대회, 야외예배, 성경퀴즈, 성극공연, 요리대회 등이 있다. 아직 경제적 자립은 못했지만 그 외의 일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안 목사는 '농아인 노동자 후원'과 '수화찬양을 통한 세계 선교'라는 아직은 갈길이 더 많이 남은 교회의 비전도 털어놓았다.
 
그 역시 농아인이다. 포항제일교회 농아인부를 맡고 있는 안후락 목사와 함께 그는 흔하지 않은 형제 농아인 목회자다. 그에게는 세 명의 여자 형제가 더 있는데 그들은 모두 비장애인이다.
 
   
한 가정에서 자란 이들 5남매는 이제 사회에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화상통화를 통해 자주 소통한다는 이들은 서로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서로의 만남이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려면 자주 만나는 수밖에 없다. 안 목사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된 교회들이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선 자주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본교단 소속 농아인교회는 50여 곳(농아인부 운영 교회 포함)이다. 총회 홈페이지(www.pck.or.kr) 첫면에서 '작은 이들의 벗 캠페인' 배너를 클릭한 후 자료실에 들어가면 본교단 장애인 교회 명단이 올려져 있다. 안 목사의 제안처럼 오늘 비장애인 교회들이 먼저 주변의 장애인 교회를 찾아보고 만남을 요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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