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의 벗된 교회-여수노회 길벗교회

작은이의 벗된 교회-여수노회 길벗교회

[ 교단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2월 28일(목) 15:56
장애인 비장애인 어울려 예배드리는 문턱 없는 교회 

【여수=장창일차장】장애인들과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친구가 되는 교회. 여수노회 길벗교회(전승옥목사 시무)는 우리 주변의 작은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교회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여수 출입국관리소와 이웃하고 있는 길벗교회가 그동안 걸어왔던 여정을 살펴보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쉽게 알수 있다.
 
사실 2004년 전승옥 목사가 개척한 길벗교회는 누구를 도울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사실 이 같은 교회의 형편은 지금이라고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생존하는 것만도 버거웠던 길벗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부터 약자들이 모이는 사랑방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교회는 이들을 정성껏 돌봤다. "개척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교회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전승옥목사의 말이다.

   
 
길벗교회가 본격적으로 '장애인 사역'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전 목사가 총회 미자립교회 자립화 정책의 일환으로 노회에서 시행한 자립화 교육에 참여하면서 부터였다. 사역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려 예배 드릴수 있는 교회를 짓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사실 교회의 형편상 건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었지만 기존의 교회가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고 '문턱이 없는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비전이 결합하면서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회를 건축하는 엄청난 일이 시작되고 말았다.
 
천신만고 끝에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교회를 지었지만 이때부터 주변의 후원이 일시에 중단되고 말았다. '교회를 지을 정도이니 자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던 것이 이유였다. 전승옥 목사는 "외부에서는 분명 우리교회가 자립이 가능할 것으로 봤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부채를 내서 교회 건축을 진행했던 마당에 교회에 남은 예산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고 교인들도 많지 않다보니 무척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의 시기가 길벗교회는 물론이고 전승옥 목사에게도 찾아왔지만 결국 길벗교회는 큰 고비를 넘었다. 지금도 어렵지만 당초 길벗교회가 꿈꿨던대로 이 교회는 문턱이 없는 교회이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공동체로 자리잡았다. 길벗교회는 건축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장애인 전용 특수차량도 장만하는 등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쉬지 않고 키워왔다. 전승옥 목사는 "우리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데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받는 은혜가 더욱 크다"면서, "비장애인들이 때때로 장애인들을 돕는 것은 그들을 통해 은혜를 받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길벗교회를 이야기하면서 '팥죽'을 빼 놓을 수 없다. 교회가 위치한 신촌 마을 주민들은 '길벗교회'하면 '팥죽'을 떠올릴 정도다. 이미 지난 4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팥죽을 쒀 주민들과 나누고 있으니 그럴법도 하다. "교인들이 매주 백인분의 팥죽을 쒀 배달을 갑니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장애인여성자립센터와 장애인 시설인 동백원, 노인회관 등이 길벗교회 팥죽의 단골입니다. 세월이 오래 지나다보니 교인들도 팥죽을 쑤는 날을 많이 기다립니다. 이미 교인들은 '팥죽선교헌금'을 통해 별도의 헌금을 모으기도 하죠. 감사한 일입니다." 전승옥 목사는 팥죽을 쑤면서 자연스럽게 교인들이 친교를 하게 되는 건 덤으로 얻는 복이라고 말하면서, "교회 분위기가 좋아지는 이유가 팥죽에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교회가 여수출입국관리소와 이웃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근로자들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에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들은 모두 불법체류자들인데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출입국관리소와 가까이 있다보니 여수노회가 저와 한 노회에 있는 김영천 목사(현천중앙교회)에게 출입국관리소를 돌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출입국관리소를 돌보다보니 여기가 매우 중요한 선교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여러나라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과 다과도 나누고 복음도 전할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전승옥 목사의 말처럼 이 시대의 작은 이들의 친구가 되고 있는 길벗교회, 작지만 알찬 사역을 통해 빛과 소금을 나누고 있는 길벗교회의 내일에 작은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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