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정당화, 성서적 근거 없다"

"세습 정당화, 성서적 근거 없다"

[ 교계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3년 02월 21일(목) 11:45
반대운동연합 심포지엄, 신학 각 분야별로 연구

   
 
"세습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에게 요구되는 삶의 수준은 법을 지키는 수준이 아니다. 교회세습은 목회자가 왕의 자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세습(담임목사직 세습)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80%를 웃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상황 속에 한국교회 세습 문제에 대한 신학적 조명이 이뤄져 세습반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지난 19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교회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교회세습 현상 진단과 대안 마련을 위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전성민(웨신대) 김판임(세종대) 배덕만(복음신대) 현요한(장신대) 유경동 교수(감신대), 박영신 명예교수(연세대) 등이 강사로 나서 △신ㆍ구약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윤리학 △사회학적 시각으로 발제했다.
 
전성민 교수는 구약학적 고찰을 통해 "교회세습은 단순한 자녀 청빙이 아니라 일정한 특권이 혈연적으로 계승되는 세습임이 분명해 보이며, 세습은 소극적으로 구약 성경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적극적으로는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교회세습에 찬성하는 근거로 차용되는 구약공동체도 혈연주의와 권위적 지배구조를 명확히 반대하는 하나님의 언약공동체였음을 강조하며, 일정한 특권이 혈연적으로 계승되는 세습의 구약적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김판임 교수는 신약학적 고찰을 통해 "신약성서에서도 교회세습을 정당화해주는 구절은 찾아볼 수 없으며, 예수의 제자공동체는 물론이고 바울의 교회 이해에서도 '교회'는 혈육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공동체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세습 방지 방안으로 △교회를 예루살렘 성전과 동일시 금지 △목회자를 성전을 섬기는 구약의 제사장과 동일시 금지 △기독교공동체로서 예수의 가르침 이행 △목회자가 사재를 털어 교회를 개척하는 일을 되도록 금지 △후임자가 될 목사를 주안에서 얻은 아들로 인정 △민주적인 운영구조 구축 △재정 운용 투명화 등을 제안했다.
 
한편 배덕만 교수는 교회세습에 대한 역사신학적 고찰을 통해 한국교회의 세습 역사를 소개했다. 배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최초의 세습은 70년대부터 있었지만, 세습이 본격화되고 부정적으로 나타난 것은 1997년 IMF사태로 인한 경제악화로 교세가 약화된 많은 대형교회가 교세 감세 현상을 해결해보는 자구책으로 세습을 강행하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넘어 계속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조직신학적 고찰을 통해 세습을 바라본 현요한 교수는 "교회론, 기독론, 소명론의 관점에서 세습은 정당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복음을 변질시키고 교회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며, "교회세습이 한국 사회에서 복음전파를 더 어렵게 하고, 소금과 빛 된 복음의 변혁적 능력을 상실케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도덕 윤리적으로 세습을 고찰한 유경동 교수는 "개교회 세습은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고, 사회통합이란 규범적 요청에 실패한 현상이다"고 주장했고, 박영신 교수는 교회세습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을 통해 "가족중심주의와 경제주의로 짜여진 한국 사회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한국교회는 대형화되었고, 대형교회는 세습을 정당화할 수밖에 없는 주장을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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