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 … 10대 나눔실천 확산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 … 10대 나눔실천 확산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2월 15일(금) 15:44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20세미만 정기후원자 급증
"세계시민교육 등 청소년 대상 '나눔교육'이 실천으로 이어져"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국제개발 및 구호 NGO에 20대 미만의 정기기부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후원자의 수가 수입(income)과 정비례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현상일뿐 아니라 3개 단체 중 기아대책과 굿네이버스는 최근 몇년 사이에 10대 정기기부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20대 미만의 정기 기부자 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굿네이버스의 지난 2012년(12월 말 기준) 정기후원 회원을 조사한 '2012 기부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굿네이버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개인 기부자는 23만3천7백30명(1만원 기준)으로, 지난 2011년 신규 후원자 수보다 27.2% 늘어났으며 특히 20세 미만의 정기 기부자 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20세 미만 정기 개인기부자가 2011년에는 5.9%였으나, 2012년에는 33%에 육박할 정도다. 1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아대책의 경우에도 10대 후원자가 지난 2008년 전체 후원자의 6.5%에 불과했지만 2009년 10.1% 증가한 데 이어 2010년 34%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30.4%, 33%로 전체 후원자 중 30%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드비전의 경우에는 20세 미만의 후원자가 2008년 3.7%에서 2009년 4.4%, 2010년 5.5%, 2011년 6.2%, 2012년 6.9%로 점진적인 증가추세다.
 
수입이 없는 미성년자의 기부가 이토록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기부도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이 기이한 현상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 교육이 10대들 나눔인식 확산에 1등 공신
 
20세 미만의 정기 기부자 수를 지난 1년동안 5배 이상 증가시킨 굿네이버스는 어린 세대들의 기부 증가가 초중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나눔교육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사회개발사업팀 전미선 부장은 최근의 폭발적인 20세 미만 기부자들의 증가에 대해 "나눔교육은 아동의 인식개선은 물론, 함께 참여하는 부모에게 영향을 미쳐 나눔이 자연스럽게 아동에게 전달되게 한다"며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나눔 경험은 실제 자발적 기부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굿네이버스는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개발도상국 어린이, 청소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한 협력방안을 고민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세계시민교육은 지난 2009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1천2백60여만 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초등학생들에게 나눔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며, 실제 후원으로도 이어져 최근의 폭발적인 후원자 수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월드비전의 경우에는 '세계시민학교'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으며 중고등학생들의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이 되고 있다. '바람의 딸'로 유명한 한비야 씨를 초대교장으로, 지난 2007년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는 세상 사람들이 공동운명체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세계가 직면한 절대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청소년들이 세계시민교육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교과부와 업무협약을 통해 청소년은 물론, 일선 교사, 학부모,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월드비전과 교과부는 세계시민교육 외에 교재 발간, 교육기부 매니저 양성, NGO 단체 진로교육, 교원 연수 등을 실시한다. 월드비전의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은 월드비전에 20세 미만의 기부자가 꾸준히 증가되는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기아대책의 경우에도 지난 2005년부터 교회, 기업,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세계의 빈곤 실상을 알리는 '글로벌 시민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강연과 영상, 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용돈을 모아 소액이라도 후원하고자 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 아동 및 청소년들의 활동 기회 증대
 
이렇게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활발한 기부활동을 펼치게 된 데에는 교육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아대책 후원자지원팀의 강경숙 팀장은 10대 후원자의 증가 이유를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 및 후원 활동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 팀장은 "후원자 숫자는 보통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 그림 같이 수입 곡선과 비례하는 법인데 기아대책 통계상 10대 후원자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매년 6월에 진행하는 '한톨나눔축제' 등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 및 후원 활동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의 한톨나눔축제는 전국 30여 개 본ㆍ지부로 구성된 기아대책의 대표행사로 1991년 '한톨자선달리기'로 시작되어 2008년부터 자원봉사축제의 형태로 전환된 후 현재까지 매년 3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교육과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경우에는 NGO계 최대의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는 '기아체험 24시'를 통해 많은 아동, 청소년들이 나눔의 소중함을 몸소 배우게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은 빈곤, 질병, 전쟁 등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체험 24시'에 참여하는 방법도 다양해져 기부활동, 굶주림 체험, 스폰서북, 물절약, 후원자 모집, 나눔캠페인, 영상만들기, 사랑의빵 전달, 글쓰기, 마라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NGO에서 미성년자들의 기부가 증가했다고 해서 이를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비록 다음 세대들이 교육과 활동기회 증대 등의 이유로 기부에 대해 거부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10대들의 기부참여와 기부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에 아동 및 청소년들의 기부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NGO에 미성년자들의 후원이 비약적으로 혹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20대 미만의 아동, 청소년에 대한 기독교 NGO들의 교육 및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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