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선언문' 파장 여전, 반대 성명서 잇따라

'113 선언문' 파장 여전, 반대 성명서 잇따라

[ 교계 ] '113 선언문' 파장 여전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1월 28일(월) 16:43

교회협도 '선언 수용 불가' 입장 발표 … 다수 공감할 해법 마련 시급

   
 
WCC 총회 전진대회를 앞두고 WCC 10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자는 취지로 발표됐던 '113 선언'의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근상 주교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교회협은 이 선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협은 지난 1월17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113 선언'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 끝에 회장 김근상주교에게 의장성명 발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향후 대책 마련을 위임한 바 있다.
 
담화문에서는 "WCC 10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과정에서 쉽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뒤늦게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회원 교단의 기도와 의견을 담아 이렇게 무릎을 꿇고 글을 올린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어 담화문에는 △WCC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교회일치선언 안에서 어느 기관이라도 계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김삼환목사와 김영주목사의 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언문에는) WCC나 NCCK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수 없으며, △113 선언문의 형식과 제한적 조치들은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르더라도 수용할 수 없고 △선언문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여러 사람들과 단체, 특히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교회협이 113 선언을 '폐기한다'는 것인지, 혹은 '거부'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무시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말해 달라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담화문에서 교회협은 선언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김근상주교는 "교회협의 공식 논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인 만큼 교회협이 나서서 폐기나 거부 등을 거론할 수 없었다"는 원칙을 언급했지만 뭔가 명쾌한 것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교회협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113 선언의 존폐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은 대신 이 선언이 교회협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일종의 선 긋기에 나섰지만 17일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들이 제기했던 분노와 절망감들을 전폭적으로 담지 못한 점은 이번 달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소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담화문 발표 이후에도 교계가 여전히 113 선언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토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큐메니칼권은 물론이고 한기총 주변에서도 113 선언에 대한 '반대입장'을 담은 성명서가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언에 대한 교계의 반대 여론이 여전히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미 에큐메니칼 여성계와 성공회대학교 신학부가 성명서를 발표했고, 28일엔 한신대학교와 에큐메니칼 원로들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주장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내용들이 담기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선언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담겼다. 특히 일부 성명서에는 선언문에 서명한 이들의 책임론까지 담겨있어 113 선언에 대한 에큐메니칼권의 '체감 이질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무엇보다 각계의 성명서가 연이어 발표되는 것은 이 일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WCC 올라프총무가 지난 26일 방한해 1일까지 이어진 공식일정을 마치고 제네바로 돌아간 이후 113 선언에 대한 공방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파장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에큐메니칼권에 깊은 고민을 주고 있다. 특히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등 당장 10차 총회 준비의 일선에 있는 실무 조직의 관계자들은 이번 선언문으로 인한 혼란이 달가울 리 없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관계자들은 이 일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에큐메니칼 원로들이 성명서를 통해 이번 기회에 선언문에 담긴 조항들에 대한 신학적인 연구를 하자고 밝힌 것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해법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책임론이 부상할 경우 이제 고작 9달 남은 WCC 총회 준비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총회 준비를 위한 과제들은 수도 없이 많다. 더불어 한국교회는 WCC 10차 총회 이후에도 총회 유치의 경험을 결실로 가꾸어 나가야 하는 과제까지도 떠안은 상황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시점에서 총회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발표했던 113 선언이 뜻하지 않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악재다. 에큐메니칼권은 WCC 10차 총회 전반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역사적인 WCC 총회에 즐겁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언문이 던진 파장에 대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치유와 화해의 해법'이 조속히 마련되어져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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