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바람직한 부목사 상'을 찾는다-(2)나도 부목사였다

'21세기, 바람직한 부목사 상'을 찾는다-(2)나도 부목사였다

[ 목회·신학 ] 나도 부목사였다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3년 01월 11일(금) 15:05
현장과 좌충우돌…자신의 목회관 정립되는 과정
부목사 매뉴얼 등 목회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필요

일반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해서 수업을 마친 A전도사가 전임 교역자로 첫발을 내디딘 교회는 담임목사 외에 교역자는 본인뿐인 곳이다. 교회행정과 교인 심방, 교회학교 등을 담당하기로 한 A전도사는 출근 첫날부터 병원 심방을 해야 했고, 계속되는 업무로 인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첫날 만난 심방에서는 정말 눈앞이 깜깜할 수밖에 없었다. 권사와 집사가 동행했지만, 처음부터 어떻게 심방을 진행해야 할지 난감했다. 신학대학원을 때에 교육전도사로 목회의 간접 경험은 했지만 현장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교인들과의 관계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면서 A전도사는 힘든 과정을 보냈다.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신학대학원을 입학하고 3년 교육과정을 마치면서 우선 선택하게 되는 것이 전임사역 자리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회를 개척하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고, 전임사역지를 구하지 못하면 파트타임으로 교육담당 전도사나, 중간위치라고 할 수 있는 준전임 자리를 구하게 된다. 이 어느 것이건 졸업과 함께 목회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목회자로서의 사역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목회현장과 학문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 신학대학교에서 교육받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은 결국 목회 현장에서 교인들과 부딪치면서 일어 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기술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이 목회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총회 신학교육부에서 끝없이 거론됐으며, 대책 마련에 급급해 왔다. 신학대학원 교육과정에서 '부목사'를 목회의 한 부분으로 보고 '부목사론'을 교과과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장 목회자들은 부목사의 위치와 역할을 제시해 왔다. 상당수의 목회자가 동역자로서 부목사 역할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에 못미친다는 결론을 내린다. 동역자이기 전에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보조자의 역할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의 첫발을 내딛으면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앞으로 감당하게 될 목회를 준비하기보다 부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시적으로 수습하는 꼼수나 테크닉만 늘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목회를 배우고 자신의 목회의 준비하기 보다는 교회(목회지)를 거쳐가는 1년 임시직 부목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간 부목사로 사역하고 현재 전주완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동문목사는 부목사 과정을 병원의 레지던트 과정으로 비유하면서 "부목사는 자신의 목회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에서 담임목사를 통해 목회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부목사를 지내면서 행정과 당회운영, 설교, 심방 등을 배우고 스스로 목회관을 정립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부목사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회는 소신껏 배우고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부목사와 단독목회를 거쳐 1년여 전부터 영월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우제영목사도 "담임목회를 하면서 절실하게 부목사 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며, "교인들을 대하는 사람 관계를 배우고 몸으로 익힐 수 있는 때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경험하게 되는 부목사 시절뿐"이라며 철저한 교육을 필요함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은 부목사에 대한 배려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하면서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역할이 중요하지만 목회를 배우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목사 과정을 거쳐 김포에서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하고 담임목회를 하는 전규택목사는 부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를 '도제'로 설명하면서 "한국교회 현실은 담임목회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의 부목사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앙의 대잇기 차원의 다음세대도 중요하지만 바른 목회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교회들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윗세대 목회자들은 자수성가로 교회를 성장시키고 이끌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체계적으로 부목사를 훈련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다"며, "앞으로 한국교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목회 지도자들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부목사 과정의 매뉴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담임목회를 하다 보면 심방중에 교인들의 자리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를 고민도 해야 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철저하게 담임목사를 통해 목회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오늘 교회의 현실은 목회의 테크닉은 배울 수 있지만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배우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목사를 과정을 거쳐 담임목사 즉 위임목사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친 목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목사 과정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한국교회는 부목사에게 목회를 배울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움으로 지적한다. 이를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오늘 한국교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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