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요셉', 앙겔라 메르켈의 삶과 신앙

독일의 '요셉', 앙겔라 메르켈의 삶과 신앙

[ Book ] 최초의 여성총리 그려낸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2월 05일(금) 17:58
   
베를린장벽이 세워지기 전 2백70만에 이르는 동독민들은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피난했다. 이때 서독출신의 카스너(Horst Kasner)목사는 피난행렬을 뒤로 하고 동독으로 향했다. 목회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독에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기로 결단한 것. 첫째 딸이 서독 함부르크에서 출생한지 6주만의 일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간 갓난아기 앙겔라 도로테아 카스너,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다.

독일 통일 20주년을 기념, 최근 앙겔라 메르켈의 삶과 신앙을 조명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기가 출간됐다. 지금까지 메르켈에 대한 책은 국내에도 다수 번역, 출판돼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정치인으로서의 그녀의 삶을 그려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폴커 레징지음/한들출판사)의 저자는 지금까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메르켈의 색다른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목회자 아버지와 유년시절 이야기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치의 실현가능성, 교회가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르켈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
"신앙은 저에게 기도의 능력을 선사하며, 부족한 저의 모습을 뒤돌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울러 제가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섬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줍니다." 메르켈은 무신론이 팽배했던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내에서 아버지 카스너목사의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메르켈의 공개적인 신앙고백은 쉽게 들어볼 수가 없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보다 조용히 예배드리기를 즐겨하는 성향때문이다. 대신 그녀의 신앙은 과거 유대인을 학살했던 전쟁 범죄에 대한 철저한 반성, 극우 정치세력에 대한 경계, 직장여성을 위한 개혁적인 가족복지정책 등 정치적 구상과 결정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독일의 전통적인 사회적 시장경제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며, 그녀는 이제 경제적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지도자로 국제사회의 신임을 받고 있다.

사실 출신배경만 보면 메르켈은 독일과 유럽연합의 지도자가 될 수 없는 인물이다. '동독출신, 개신교인, 이혼여성….' 그럼에도 그녀는 독일이 통일된 후, 가톨릭 중심의 기독민주당 의장이 됐고 총리가 됐다. 발행인 정덕주목사(한들출판사)는 "메르켈의 입지전적인 정치역정은 강대국 이집트의 총리가 된 약소국 이스라엘 백성 요셉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며 "아버지 카스너목사는 동독체제에서 바보짓을 한다는 비난과 냉대속에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메르켈은 당당히 통일독일의 자랑스런 총리가 됐다. 이 책이 목회현장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며 동시에 자녀들의 문제로 힘겨워하는 목회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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