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기독교학교 재조명

구한말 기독교학교 재조명

[ 문화 ]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교육선교의 발자취' 주제로 특별전시 중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1월 26일(화) 18:14
서울 강북구 소재 북서울꿈의숲에서는 지난 12월 23일부터 '아빠 어릴적 학교가는 길'을 주제로 겨울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60∼70년대 학교길을 재현, 자녀들이 부모의 학창시절을 엿볼 수 있도록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자칫 고물취급을 받을 수 있는 근대생활물품을 적절한 테마로 엮어낸 것으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세대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 경기도 이천 소재 박물관에는 '민족과 함께한 교육선교의 발자취'를 주제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 관람객들의 모습.

때때로 시간은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월등히 격상시켜 주곤 한다. 현재 경기도 이천에서는 구한말ㆍ일제강점기 기독교계 학교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설립자인 고 한영제장로가 생전에 하나 둘 수집한 기독교학교 관련 고문서 70점을 한자리에 모은 것. 당시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문서였을 법한 것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게된 것들이다. 벌써 9번째로 열리는 박물관의 특별전시. 지난 11월 23일 시작된 전시는 학생들을 위한 훌륭한 교육장소로 자리매김해 겨울, 봄방학을 지나 오는 5월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민족과 함께한 교육선교의 발자취'란 주제는 이번 전시의 목적과 기획의도를 대변해준다. 교육선교는 직접적인 복음전도 활동이 어려웠던 시기, 의료선교와 함께 한국교회 출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선교초기 이땅의 수많은 백성들을 계몽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기독교계 사립학교들의 발자취를 엿보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관람포인트다.

한동인관장은 "선교초기에 설립된 수많은 기독교계 학교들은 한국인들이 동북아시아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세계관을 보여줬으며 천부인권 사상과 만민평등 등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가치관을 한반도에 실현코자 했다"고 "이는 "한국교회의 고귀한 유산"이라고 했다. 한 관장은 또 "신앙선조들에 사랑의 빚진 마음으로 책임감을 안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한 뒤, "설립자인 한영제장로의 불굴의 문서선교의지를 기억하고 재정비 작업을 거친 결과 법인설립이 허가되어 보다 안정적인 운영과 자료의 전시 및 보관이 가능하게 됐다"고 박물관의 근황을 전했다.

단, 이번 전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로 그 시기가 제한됐다.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설립 목적과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다. 전시물은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사용된 교과서들 △졸업앨범과 각종 증서들 △YMCA 등을 중심으로 야학을 통해 전개된 농촌계몽 교육관련 자료 △주요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어린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보통학교 시절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사용했던 수학교과서다. 쉬운 계산식이지만 천만, 억 단위까지 포함하고 있어 풀이가 만만치않기 때문. 옛날 어린이들이 어려운 계산식을 풀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비춰지는 모양이다.

김성보 사무국장은 "특별전시회로 열리고 있는 '민족과 함께한 교육선교의 발자취'와 함께 최근 보강이 된 평양 장대현교회 체험장과 상설전시장에도 요한계시록을 민화로 풀이한 '말세도' 등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전시물들이 준비돼있다"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박물관마다 다 비상인 때이지만 교육적 가치가 있는 만큼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이나 학생들이 많이 와서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백년을 돌아봄으로써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래의 기독교학교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 이번 전시에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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