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텐트촌 난민들 구호품 받으려 '인산인해'

절박한 텐트촌 난민들 구호품 받으려 '인산인해'

[ 교계 ] 본지 기자 현장 르포 / '폐허의 땅' 아이티는 지금…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1월 26일(화) 15:52

   
▲ 본교단 실무자와 도미니카 김종성선교사,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의 관계자들로 이뤄진 21명의 구호팀이 대통령궁 인근에서 식수 6천통을 나누는 모습. /사진 표현모기자
【아이티 : 표현모기자】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는 마치 대규모 전투 비행단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맞은 듯 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폐허의 도시는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한 지 14일이 지난 지금도 희뿌연 잿빛 먼지 속에 휩싸여 있었다. 오늘 아침(현지시간 25일)에도 강도 6.5의 여진이 일어 사람들은 아직도 지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아침 방송을 통해 아이티 대통령 레네 프레벨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해 방송을 보는 이들은 엄청난 피해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토프랭스는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 속에서도 일상의 모습을 찾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공터마다 텐트촌을 형성해 하루하루의 삶을 겨우겨우 연명해가고 있었다.

대통령궁이 위치한 시내 중심가의 일부 골목을 지날 때는 아직도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으며 건물 속에 파묻혀 죽은 시체는 심한 부패를 일으키며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았고,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폐허 위에 좌판이 벌어져 말라 비틀어진 과일과 캐러멜 몇 통을 팔고 있었다.

   
▲ 대통령궁 앞에서 구호품을 배급하는 유엔군.
20만 구 가까운 시체들을 제대로 매장하지 못하고 아직도 방치한 시체들도 많아 요 며칠 사이에는 말라리아와 각종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도 해 아이티에 들어오는 구호팀들은 모두 황열병에 대비한 주사를 맞고, 말라리아와 피부접촉 전염병에 대비한 알약을 먹어야만 했다.

2백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은 한 톨의 곡식,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받으려고 배급이 이뤄지는 곳마다 심한 몸싸움을 일으키고 있었고, 외국인이 지나갈 때면 프랑스어로 음식과 돈을 요구했다.

미군과 유엔군의 통제로 치안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난민들의 텐트촌과 길거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배급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언제나 큰 고성이 오갔다.

전화 통신망은 아직도 대부분 복구되지 않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이티인들은 아직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텐트촌의 난민들의 한편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또 다른 한편의 얼굴에는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어려 있었다.

#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의 식수 배급

   
▲ 식수를 배급받고 좋아하는 어린이.
본교단 총회 사회봉사부는 지난 12일 아이티에 지진이 발생하자 즉시 긴급구호금 3천만 원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활동 중인 총회 파송 김종성선교사에게 송금, 긴급구호를 실시케 했으며, 지난 22일 사회봉사부 해외구호 전문실무자 안홍철간사를 아이티 급파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의 구호활동에 협력하게 했다.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은 본교단 총회로부터 긴급구호금을 전달받고 지난 19일 1차로 식수와 비상식량, 의약품, 천막 등을 지원했으며 이후 각 지역의 노회가 참여해 4차에 걸쳐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본교단 사회봉사부의 방문과 보조를 같이해 뻬드로 께리(Pedro Carry)총회장, 알레한드로 피게로하(Alejandro Figueroa)총무, 마리아 보크(Mariah voke)사회봉사부장, 김종성선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21명의 구호팀을 구성, 제 5차 긴급구호를 실시하기 위해 새벽 6시에 국경 인근지역인 바라오나(Barahona)의 제일교회로 출발했다. 구호팀은 열악한 도로상황과 혼잡한 교통으로 인해 약 6시간을 달린 후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해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대통령궁 인근에서 미리 준비해간 식수 6천 통을 배급했다.

근처에 텐트를 치고 거주하던 난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순식간에 혼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혼잡한 상황을 보고 받은 미군들은 난민들을 통제하고 구호팀을 보호했으며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배급을 마칠 수 있었다.

아이티 현지 라디오방송 메가스타(MEGA STAR)에서는 한국에서 온 장로교단과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의 긴급구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오후 6시 돌아오는 차 안, 이른 아침 토스트 하나씩을 먹고 점심을 거른 채 강행군을 한 구호팀들은 아무도 저녁을 먹겠다는 이들이 없었다. 기자의 머릿 속에서도 조금 전에 본 난민들의 어두운 표정, 방치되어 부패한 시체,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복잡하게 얽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꾸 반복되어 재생됐다.  hmpyo@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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