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변장한 예수님께 빈방을 드립니다

<성탄특집> 변장한 예수님께 빈방을 드립니다

[ 교계 ] 미혼모들에게 삶의 희망 전하는 예능교회 봉사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09년 12월 16일(수) 10:18
   
▲ 애란원 봉사를 마치고 함께 한 예능교회 봉사팀.(사진 맨 왼쪽이 조건회목사, 한상순원장)

2천여 년 전, 추운 겨울날 애타게 '빈방'을 찾던 마리아와 요셉처럼 오늘날에도 육체와 영혼의 쉼을 위한 '빈방'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성탄과 연말을 맞이해 변장한 예수님을 위해 빈방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사명이 아닐까? 본보는 성탄 기획으로 미혼모생활시설인 애란원을 찾아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영혼의 쉼터를 마련해주고 있는 예능교회 성도들의 봉사 모습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산하 시설 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기관들을 도표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추위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일 오전 10시. 미혼모생활시설인 애란원 지하 1층에서는 여성들의 찬양 소리가 조용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15명의 젊은 여성들이 원을 둘러 앉아 예능교회(조건회목사 시무) 수요모임팀의 인도로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난데없이 불청객(기자)이 등장하자 더욱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몇몇은 10대의 어린 태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이다.
 
둘러 앉은 미혼모들 뒤로는 예능교회 수요모임팀의 집사, 권사들이 서서 함께 찬양을 부르며 미혼모들과 웃는 얼굴로 눈을 맞춘다. 봉사팀을 이끄는 신기원목사는 가스펠 찬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한 차례 부르고 난 후 가사 중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부분을 설명하며 하나님의 성품과 능력에 대해 짧은 말씀을 전한다. 신 목사의 권유에 따라 서로를 향해 "축복합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나서야 입소생들의 굳은 표정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닫힌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자 이들은 이내 10대, 20대의 해맑은 웃음을 보이기 시작한다. 기자와 맞은 편에 앉은 한 10대의 미혼모는 기자의 구멍난 양말을 발견하고는 옆의 친구와 귓속말을 해가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자기들끼리 곁눈질로 쳐다보며 키득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들의 모습이다.
 
찬양과 말씀선포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입소생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게임 시간이 진행됐다. 어색했던 입소생끼리의 관계도 해소하고 매일 자신들을 짓누르던 스트레스에서도 잠시 해방되는 순간이다. 게임 후에는 삼삼오오 조를 이루어 지난 한주간의 생활을 나누고 기도제목을 나눴다. 이들의 기도제목은 절실하다. 한 입소생은 '경제적인 문제의 해결', '정신적인 성숙'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했다. 또 다른 원생은 "양가의 부모님이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나를 꼭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외에도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아기아빠가 군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아기를 순산할 수 있도록 등의 기도제목들의 기도제목이 나눠질 때면 듣고 있던 봉사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약 7명의 봉사팀이 입소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3명의 또 다른 봉사자들은 엄마들이 자유롭게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베이비시터 역할을 했다. 아기 돌보는데 있어서 이들은 초보 엄마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기 때문에 입소생들은 이들에게 아기 보는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고.
 
이날 봉사에 앞서서는 애란원을 퇴소해 애란모자의 집에서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최정희 씨(29세ㆍ가명)가 애란원을 찾아 봉사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밝게 웃으며 봉사자들과 껴안는 모습에서 미혼모라는 꼬리표와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그림자는 잠시 자취를 감춘다.
 
지난해 4월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애란원을 찾아 올해 7월까지 시설에서 생활을 했다는 최정희 씨는 "처음 입소했을 때 입소생

   
▲ 예능교회 봉사자와 미혼모가 반갑게 인사하고 포옹하고 있다.
들이 힘든 상황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 다소 무서웠었다"고 회고하고 "그러나 매주 수요일 목사님과 집사님들이 방문해 밝은 얼굴로 위로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전해주셔서 나중에는 수요일 아침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며 예능교회 수요봉사팀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봉사를 마친 후 신기원목사는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사역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회복과 치유의 통로가 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했다"며 "믿지 않던 입소생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아이까지 세례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봉사 초창기부터 함께 한 이임주집사는 "처음에는 입소생들이 마음을 닫아놓고 있어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문을 열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애란원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건회목사는 "한상순원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수요봉사팀들의 노력으로 애란원의 사역이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옆에 있던 애란원 한상순원장은 "조건회목사님은 소망교회 부목사 시절부터 애란원 봉사 사역을 시작해 여름수련회, 세례식 등 교회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한 가장 든든한 조력자"라고 귀띰했다.
 
또한, 한 원장은 "애란원 예산의 5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 정부 지원을 받는 시설은 특정 종교의 색채를 띨 수 없지만 예능교회 봉사팀이 와서 영적인 면을 돌봐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고맙다"며 "봉사팀은 우리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이루는 환상적인 드림팀"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 원장은 "애란원 입소생들은 예기치 않은 임신후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려운데 봉사팀들의 헌신적인 섬김의 모습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인간관계를 맺어나가기 시작한다"며 "봉사팀들을 바라보며 입소생들은 이분들과 같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고 이로써 삶에 대한 목표와 희망을 갖게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애란원측은 예능교회 봉사팀의 헌신적인 봉사로 이번 입소생들 중 10명 가량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세례를 받는다는 기쁜 소식도 함께 전하며 한국교회 성도들의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을 부탁했다.

 

# 애란원은?

애란원은 한국장로교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50년 역사를 가진 미혼모생활시설로 미혼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위기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위해 숙식보호, 상담, 교육, 무료 분만 등의 서비스를 주는 기관이다. 입소하는 미혼모들의 위기가 그들의 삶의 걸림돌이 아닌 전환점이 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애란원은 현재 4곳의 생활시설과 1곳의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 혹은 산후조리 중인 미혼모와 아기들의 생활시설인 '애란원', 미혼모부자를 위한 진료, 상담, 지원 등 종합 서비스를 실시하는 '나.너우리 한가족센터', 아기를 입양 혹은 위탁한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는 '애란세움터', 양육하는 미혼모자 자립 지원을 위한 '애란모자의 집', 취업한 미혼모자 자립시설인 '애란자립홈'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미혼모들을 위한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애란원에서는 24시간 전화상담(02-363-4750)과 인터넷 상담(aerancouncel@chol.com)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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