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인 사유 풀어낼 '콘텐츠'가 답이다

신학적인 사유 풀어낼 '콘텐츠'가 답이다

[ 2023년 문화계 결산 및 과제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2월 23일(토) 15:38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일상의 회복에 나섰던 2023년 기독 문화계도 차츰 회복세를 보이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화된 매체의 변화에 맞는 기독교적 문화 콘텐츠 개발이라는 큰 숙제를 남긴 해였다.

크리스찬 문화기자단 씨씨플러스(CC+)는 지난 2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독 출판, 음악, 영화, 미술 등을 주제로 2023년 기독 문화계의 성과를 돌아보고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출판계

출판계는 장기화된 경기불황과 독서인구 감소로 해마다 역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1분 안팎의 짧은 숏폼 콘텐츠를 비롯해 숏츠, 릴스, 틱톡 등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종이책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시장이 해마다 20%씩 감소하고 있다"는 민경찬 편집장(비아)은 "30년 전에도 비효율적인 유통과정, 역량있는 국내저자의 부족, 독서열 부족, 제한된 시장, 일반 독자들로부터의 외면 등이 기독 출판계가 직면해 있는 문제였고, 지금까지 유효하다"면서 "현대사회는 문자에 시간을 들여서 어떤 형식을 습득하려는 노력 자체를 거부하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민 편집장은 "인간이 성장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사유를 해야 하고 사유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우리는 그 시간을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출판계가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사유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사가 있는 기독교 콘텐츠를 단순히 욕망을 충족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 출판계는 유튜브가 대세다. 유튜브의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이 도서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가 기독교 문화의 수용성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불가결한 선택지라는 것이 명확해진 셈이다.



#CCM

강중현 교수(백석예대·한국기독음악협회(KCCM) 운영위원)는 "CCM은 일반 가요시장 점유율의 1%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장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음악적인 다양성이 돋보이는 한 해"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예배곡 점유율이 가장 높고 모던 락이나 팝 발라드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CCM사역자는 주로 교회와 방송, 유튜브 콘텐츠 등에 사역한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교회 공연일 경우 음원 판매율이나 유튜브 조회수와는 별개로 성도들에게 '익숙한' 사역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신인사역자들이 설 무대가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방송사도 교회에서 회자되거나 자주 불리는 곡을 위주로 편성하고 유튜브 음원 채널에서도 귀에 익숙한 곡이 리스트업된다.

강 교수는 "CCM을 음악적 취향으로 즐기기보다 신앙적인 삶에서 위로, 영적행위나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곡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 채널도 일반에 비해 활동이 미비하다. 기독 CCM 채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위러브(WELOVE CREATIVE TEAM)와 마커스(MARKERS WORSHIP)조차 강 교수는 "구독자 수나 파급력으로 보면 일반 유튜브 채널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된다"고 했다. 기독교라는 소비자의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9월 CCM사역자들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기독음악협회를 창립했다. 300여 명의 국내 CCM사역자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연합해 향후 지속가능한 찬양사역을 위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사역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CCM 시장의 활성화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코로나 이후 50%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는 더디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한반도를 덮은 코로나 19의 여파는 한국영화 산업을 위축시켜 한때는 75%까지 매출이 하락했다"면서 "이러한 패턴은 한국 기독교 영화에도 그대로 반복됐다"고 밝혔다.

2020년 개봉한 김상철 감독의 영화 '부활, 그 증거' 가 5.1만명을 기록한 것 외에 2022년까지 주목할 만한 작품이 상영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 플러스, 티빙 등 OTT 플랫폼의 성장과 유튜브 등의 숏폼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습관이 '직관'(영화관에서 직접 관람)이 문화소비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관객들의 문화소비 패턴은 기독교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기독교 영화 배급사와 담당 부서가 폐지되면서 영화 홍보나 상영의 기회가 줄어들었고 영화 단체관람 프로그램도 급격히 감소했다. 성 목사는 "올해 개봉한 기독교 영화의 경우에 코로나 19 이전이었다면,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영화가 있었겠지만 올 해는 한 편도 없다"면서 "지역교회의 교육과 선교적 열기와 맞물려 기독교 영화 관람이 이어질 수 있기에 회복세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빠르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일부에서는 OTT나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기독교 영상 콘텐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 목사는 "기독교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재미와 오락에 적합한 매체들 사이에서 '서사가 있는' 기독교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미술계

미술계는 현대미술과 작가를 어떻게 신앙적으로 평가하고 조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신미선 회장(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은 "17세기 종교화에 관한 연구자는 많지만 현대 미술과 작가를 연구하는 평론가들은 많지 않다"면서 "기독미술 작가가 작품을 발표하면 신학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어야 관객도 이해하고 신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회가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로 꼽혔다. 신 회장은 "찬양은 가사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삶에서 적용할 수 있지만 그림은 시각적으로 신앙을 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애로사항을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협회는 미래 목회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신학교 갤러리'를 준비 중에 있다. 작품을 자주 관람하게 하면서 차세대 목회자들의 안목과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올 한해 교계 미술전시회가 풍성했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가 지난 11월 120여 명의 기독미술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제58회 정기전을 인사동에서 개최했고 창립 25주년을 맞아 아트미션이 '제21회 크리스천 아트 포럼'을 개최했다. 지역교회 내 미술인선교회가 교회 갤러리에서 크고작은 전시회를 다양하게 열고 관객과 소통했다.



교계 문화계의 2023년 코로나19 이후 오랫만에 활기를 찾았지만 '콘텐츠'의 한계에 부딪쳤다. 문화계는 전방위적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교계도 기독교만의 특화된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할 수 밖에 없다. 성현 목사는 "이제 더이상 유튜브의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유튜브 활용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MZ세대를 겨냥한 가볍고 오락적인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인문학적이고 신학적인 사유를 풀어낼 기독교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23년 문화계가 풀지 못한 난제로 남았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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