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은 일상, 주유 위해 7시간 줄서는 나라

정전은 일상, 주유 위해 7시간 줄서는 나라

[ 땅끝편지 ] 말라위 강지헌 선교사<7>

강지헌 선교사
2023년 12월 19일(화) 14:41
말라위 사람들의 일상 모습.
담배잎 건조장.
말라위는 경제적 상황이 매우 어려운 나라이다. 사방이 다른 나라에 둘러 쌓여 바다가 없으니 해양 자원도 없고 국토의 면적도 크지 않은데 특별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산품을 생산해서 수출하는 나라도 아니다. 거의 유일한 수출품은 담배 잎이다. 매년 담배 잎을 수확하면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그것들을 사간다. 이 때가 거의 유일하게 말라위로 미국 달러가 들어오는 시기이다. 딱히 내 세울 수 있는 변변한 산업이 없고 농업이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농업조차도 그야말로 하늘의 처분에 맡기는 천수답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농사에 있어서 비료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만 간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은 대부분 왜 퇴비를 사용하여 유기농을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다. 말라위 농민들도 과도한 비료의 사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 당장 옥수수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니, 대부분이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먹고 남은 것을 팔아서 돈을 벌기는 커녕 식구들 먹을 옥수수도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다. 말라위에 온 초창기에 개발기관에서 일할 때, 주민들과 자주 모임을 가지고는 했다. 어떤 모임을 해도 주민대표들의 요구는 거의 동일하게 비료를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올해의 우기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으리라는 예보이다. 이미 옥수수를 심은 곳이 많은데 뜨거운 햇살과 거의 오지 않는 비로 이미 심어 놓은 많은 옥수수들이 말라 죽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정부의 실정으로 비료를 제 때 주지 못해 옥수수가 죽고 있다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긍휼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 천년을 생존해 온 말라위 사람들이니 그들만의 생존 지혜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리라.

말라위는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생산해서 파는 수출품이 거의 없으니 자주 외환의 부족현상이 있다. 특히 지난 2, 3년 사이에는 더욱 심해진 듯하다.

옥수수밭
지난해와 올해에는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기름을 사 오지 못해 몇 주씩 연료 파동을 겪고는 했다. 자동차 연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니 기름이 들어오는 주유소에 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한번 연료를 채우는데 6~7시간씩 줄을 서야 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이곳에서 살다보면 자주 지친다. 차에 연료를 채우려 많은 시민들이 하루 일을 못하고 줄을 서야 했다. 자동차용 휘발유 값은 리터당 1980원 정도이니 한국보다 조금 더 비싼 듯하다. IMF의 권고는 자동차 수입관세와 유류세를 올리라는 것이다. 다른 인접 국가에 비해 세금이 싸서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차량이 운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1인당 유류소비가 인접국가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낮은 외환보유고와 높은 연료 소비율의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말라위의 전기 보급율은 지난 2022년 기준 12.4%이다. 도시의 보급율은 48.7%인 반면 시골의 보급율은 3.9%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정전이 잦아 수시로 발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말라위로 처음 와서 개발기관 일을 할 때 시골에 2년을 살았다. 그때는 태양광 전등을 쓰고, 발전기를 정기적으로 켜서 사무를 보았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 적응을 하고 사니 살만 했다. 하지만 도시로 나와서 살기 시작하면서는 시도 때도 없이 전기가 나가니 오히려 시골 생활이 더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전기 보급율이 이리 낮다 보니 산업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모든 공장이나 생산시설들은 안정적인 전기의 공급이 필수인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외국자본의 유입도 쉽지는 않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에파타치과 수련 병원은 최첨단 디지털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그나마 보건대학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다른 곳에 비하면 상황이 낫긴 하지만 예고 없는 정전의 공격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민감한 디지털 장비들의 고장인데, 무정전 시설을 갖추려 해도 천문학적 시설 비용으로 아직은 엄두를 내고 못한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위해 유럽의 기관과 접촉을 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치과대학생들이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올해 있었던 전체 약 80퍼센트 정도의 화폐평가 절하는 사회 모든 면에 큰 영향을 미쳐 말라위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평가절하 바로 다음 날 자동차 연료비가 50% 가까이 올라 항상 교통체증이 있던 출퇴근 길이 한산해졌을 정도이다. 아직 평가절하만큼 급여가 오르지 않은 연유리라. 경제학자들은 절하된 만큼 급여를 올리는 것은 거시경제적으로 위험한 일이니 신중히 올려 주라고 한다. 이 학자들의 분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은 서민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에파타 치과는 평가절하만큼 급여를 인상해 주었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말라위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마치 한국사람처럼 체면문화도 있고 외적인 면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그들 자신의 존엄성과 체면을 잘 살리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강지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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