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의무감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계기

소설 쓰기, 의무감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계기

[ 제20회 기독신춘문예 ] 소설 당선자 강현규 씨 당선소감

강석조
2023년 01월 11일(수) 10:00
당선 소감을 쓰느라 뜻밖에도 애를 먹었다. 처음 써보는 거라 의당 그러려니 했지만 이 소감문을 통해 이제 '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도 은근히 마음에 걸렸나 보다. 작중에서는 악마를 화자로 내세워 나의 정체를 숨길 수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소설을 쓰는 동안 마음이 편했다는 건 아니다. C.S. 루이스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부록에서 자신의 마음을 악마의 그것으로 비트는 일이 결코 재미있거나 오래 할 일은 못 된다고 고백한 것처럼 나 또한 그랬다. 스스로 악마가 되어 교회를 분열시키고자 획책하는 모습을 그리는 일이 어찌 즐겁고 유쾌한 일이었겠나. 악마에 대해서, 사탄이건 귀신이건 웜우드건, 감히 한마디 한다면 그들은 천사와 맞먹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이 사탄을 '광명의 천사'라고 표현했을 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싶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번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분별력이 있으신 당신께서 소설의 화자와 작가를 구별하시곤 적어도 나를 악마로 간주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주셨다고 본다. 지금까진 교회의 분쟁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을 핑계 삼아 소설을 써왔다면 이젠 소설 쓰기가 의무감 비슷한 느낌으로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사실 첫걸음을 내디딘 지는 오래되었다. 웜우드의 다음 프로젝트 또한 한참 진도가 나가 있는 상태다. 주제넘게 76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누구를 언급하는 건 조금 그렇고, 암튼 앞으로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또 좋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것이 내게 사랑을 베푸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되리라고 믿는다.

소설의 길을 함께 걸어온 수작과 이화, 두 모임의 문우님들께 감사드린다. 진하리 작가에겐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그동안 소설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격려해 주신 민충환 교수님과 소설가 방현석님께 감사드린다. 신춘문예를 통해 기독교 문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기독공보와 부족한 글에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린다. 지금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교회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한국교회의 이름 모를 목사님들께도.





소설 당선자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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