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쏟아낸 눈물

한국교회가 쏟아낸 눈물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1월 14일(월) 19:43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는 이 때에 한국교회가 함께 하나님의 마음으로 슬퍼하며 울겠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솔선수범하겠다."

"결코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사고에 마음이 황망하다.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성찰하고 일상의 안전을 위한 점검과 대비에 함께 노력하겠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맞아 '그저' 축제를 즐기려고 이태원을 찾은 청년들이 좁은 골목길에 갇혀 넘어지고 눌려지다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황망하게 죽어갔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였다. 어이없는 사고로 157명의 생명이 쓰러졌고, 생떼 같은 자식을 잃어야 했다. 세월호에 이어 이태원 참사까지 대형 재난을 연이어 목격한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참극으로 남았다.

한국교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을 목도하며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교계는 연달아 애도성명서를 발표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책임전가, 정죄를 경계하고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또래를 잃은 교회 청년들도 나섰다. 장신대 학생들은 "울부짖던 이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슬픔을 잊지 않겠다"면서 "피해자의 수습과 지원, 치유, 진상 및 책임규명,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 원로와 지도자들도 "유족들과 함께 울며 하늘의 은혜를 구한다. 한국교회 1000만 성도들이 고통당하는 이들과 손잡고 같이 가겠다"고 했다.

국가 애도기간도 마무리 됐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져 갈 것이다. 이제 남겨지는 것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무너진 삶이고 그들의 애통함과 비참함 뿐이다. 그리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운' 한국교회의 눈물이다. 우리가 쏟아낸 위로가 허울 좋은 말로 그치고, 한낱 이벤트쇼로 치부되지 않을 일만 남았다.

140년 전 가장 암울한 시대에 어둠 속에 갇힌 조선의 백성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지금 가장 고통받은 이웃들의 편에 서서 생명의 소망이 되고 있는가.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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