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여성의 목소리 듣기 어려운 구조

총회, 여성의 목소리 듣기 어려운 구조

[ 기자수첩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2년 09월 19일(월) 12:00
제106회 총회에서 발언하는 김미순 장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구조다. 장년과 남성 중심의 고질적인 의사결정구조는 오랜 기간 지적받았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오는 20일 열리는 제107회 총회에 참여할 여성 총대는 단 35명이다. 1500명의 총대 중 2.3%다.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 모든 노회가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파송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 여성 총대를 파송하는 노회는 69개 중 29개 노회뿐이다.

과거엔 총회 총대가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총회 현장을 찾았다. 교단 관계자 여성들은 방문단의 자격으로 총회 뒷편에 앉아 회의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방문단도 사라지면서, 공식 총대가 아니라면 입장도 할 수 없게 됐다.

총회 후 회기 동안에도 여성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 회기 중 총회의 주요 의결을 담당하는 총회 임원회엔 늘 여성이 포함돼 있었다. 2004년 첫 여성 임원 선출 후, 2009년부터 12년 연속 여성 임원이 나왔다. 그러나 제106회기 총회 임원회엔 여성 임원이 없었다.

여성 관련 위원회도 그렇다.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여성위원회가 신설됐다. 2019년 제104회 총회에서 양성평등위원회로 변경됐고, 급기야 제105회 총회에선 인권 및 평등위원회로 통폐합됐다. 106회기엔 동성애대책및양성평등위원회였다. 여성위원회의 역할을 감당할 위원회가 사라진 셈이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제107회 총회에 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 상정을 요청했지만, 결국 총회에 공식 청원으론 올라가지 못했다. 총회 평신도위원회를 통해 청원사항을 전달하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여성 목회자 사역개발과 여성리더십 양성, 교회 내 여성 관련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소통할 수 있는 '여성들을 위한 특별위원회' 신설"을 청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총회 평신도위원회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를 통해 총회 임원회에 의견을 직접 개진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번 총회에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 청원은 다시 상정된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전체 교인의 60%에 달하는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한국교회가 되기 위해서 '여성 총대 할당제'는 교단과 노회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며, 의무화를 요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산하 여성 성도는 전 교인의 60%에 달한다. 그러나 여성은 정책을 결정하는 총회에도, 총회가 끝난 이후에도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제107회기엔 총회 임원회에 여성 임원도 포함되고, 여성의 의견을 전달할 위원회도 다시 신설되며, 한국교회가 보다 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구조로 변화하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 여성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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