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력만으론 한계...“교회, 공동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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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특집 ] 저출산 고령사회의 가족 2)인구 절벽으로 이어지는 위기

손의성 교수
2022년 05월 11일(수) 07:32

손의성 교수

우리나라는 2020년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dead cross)이 처음 시작되었다. 통계청은 2019년 3월에 데드 크로스 시점인 인구 정점을 2028년으로 전망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유입과 사망자 증가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 인구 정점이 8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한 데드 크로스 현상과 함께 언급되는 개념이 인구절벽((人口絶壁, demographic cliff)이다. 인구절벽은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청은 작년에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을 발표했는데, 인구절벽 시대와 관련된 다양한 인구추계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출생아 수는 1970년 101만 명에서 최근 2022년 2월 출생아 수는 2만 654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에 있어서도 1970년 4.53명에서 크게 감소하여 2018년 이후 0.98명으로 1명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0.837명에서 2024년에는 0.70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추산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면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에서 50년 뒤 인구가 3766만 명으로 1418만 명이나 줄어든다는 의미다.

출생아 수 및 합계출산율의 급감은 고령화의 가속화를 촉발하였다.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20년 15.7%로 OECD 국가(2020년)들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나, 2070년에는 46.4%로 가장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고령화 속도인데,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독보적으로 빨라서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유소년인구(0∼14세)는 2020년 631만명(12.2%)에서 2070년 282만명(7.5%)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이러한 추계도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으로 저점을 지나 2070년에는 1.21명까지 반등할 것을 가정했을 때의 전망치다.

인구절벽과 가장 관련이 있는 생산연령인구에 있어서,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20년 72.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나, 2070년에는 46.1%로 가장 낮아질 전망이며, 그나마 줄어든 생산연령인구조차 중위연령의 증가로 '노동력의 고령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 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2022년 40.8명에서 2056년에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서게 되고, 2070년에는 올해의 4배 이상 수준인 117명까지 증가하면서 인구절벽으로 인한 사회적 부양부담은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금보험료 및 건강보험료 납부 인구는 감소하나 수급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보장 지출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50년 뒤엔 인구 절반이 62세 이상으로 공적기금 고갈은 심각하게 되고, 총수입 증가율의 둔화와 복지지출의 증가로 국가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나라는 연금제도의 미성숙으로 소득보장수준이 낮아 노후빈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인 14.8%의 3배 수준으로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더군다나 작년 통계청의 '고령자통계' 자료에서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5.3%로 나타나 고령자의 1/3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의 또 다른 현상은 '지방소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농어촌이 인구절벽 시대에는 '지방소멸'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는 결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지방소멸의 위험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저출산과 초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인구절벽 시대에는 1인가구 및 독거노인가구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것이다.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율이 1980년 4.8%, 2000년 15.5%, 2020년 31.7%로 급증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비율도 2021년 19.5%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2021년 '고령자통계'에서 독거노인의 노후준비를 못했다는 응답이 67.0%로 전체 고령자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 독거노인의 빈곤 문제 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1인가구 및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는 고독사 및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가족 수 및 자녀 수의 감소로 가족관계망이 취약해지고, 가정을 통한 사회화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주의의 팽배로 고립과 소외를 경험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인구절벽 시대에는 가구 및 가족구성 변화에 따른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확대가족 형태의 새로운 대안 가족 및 가구 개념이 제시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우리가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는 상대적으로 인구감소의 폭이 다른 시기에 비해 조금 낮기 때문에 늦은 감은 있지만 인구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구절벽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진단하고 예측하여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2월 정부는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에서 인구절벽 충격 완화, 축소사회 대응, 지역소멸 선제 대응 및 지속가능성 제고 등 4가지 인구정책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인구절벽 시대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과 시민사회와 온 국민이 거버넌스를 이루어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인구절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역할과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교회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공동운명체로서 협력적인 대응을 해나갈 때 비로소 인구절벽 시대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의성 교수 / 배재대학교
가족, 노노부양-1인가구-후기노인 확대    저출산 고령사회의 가족 1)우리사회 가족의 변화    |  2022.05.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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