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 독자투고 ]

정재용 장로
2021년 04월 20일(화) 12:23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지어다. 소고 치며 춤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지어다.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며 높은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할지어다." 시편 150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전능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무슨 악기를 동원하지 못할까? 장소가 성소이든 궁창이든 무슨 상관인가? 호흡이 있는 자는 모두 춤추고 노래할 일이다.

요즘 웬만한 교회는 드럼세트를 갖추고 있다. 텔레비전에 예배가 중계되면서 시골의 소규모 교회까지 이런 추세로 가는 것 같다. 드러머의 스틱이 단음으로 빗방울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면 적당한 때 피아노, 전자오르간, 키보드가 반주를 한다. 리더를 비롯한 찬양 단원 손에는 각자의 마이크가 들려 있고 성능 좋은 음향기기는 서라운드 스피커로 예배당 안을 노래로 가득 채운다.

어느 날 강단 쪽에서 성도들을 마주 보고 찬양할 기회가 생겼을 때였다. 예배시작에 즈음하여 전체가 일어서서 찬양을 했다. "내 주의 보혈은 정하고 정하다. 내 죄를 정케 하신 주 날 오라 하신다" 예(例)의 그 삼현육각이 울리듯 웅장한 악기소리에 맞춰 찬양을 했다. 약간 빠르게 부르는 게 맘에 안 들었다. "십자가의 보혈로 날 씻어 주소서" 후렴을 부를 때는 옛날 찬송가는 '골고다의 보혈로'였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화면이 2절로 바뀌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모든 악기가 멈추고 찬양단은 마이크를 내렸다. 여자 청년 혼자서 나직한 음성으로 불렀다. "약하고 추해도 주께로 나가면 힘주시고 내 추함을 곧 씻어 주시네" 천천히 그리고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부르는 찬송에 잔잔한 은혜의 물결이 예배당 안을 고요히 맴돌았다. 하늘 곡조가 천정을 뚫고 내려오는 것 같았다. 성도들은 숨을 죽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여자 성도 한 사람이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갖다 얹었다. 얼굴은 일그러져 애통하는 표정이었다. '찬송은 곡조 있는 기도'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 성도는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내가 주께로 지금 가오니 십자가의 보혈로 날 씻어 주소서" 그는 울고 있었다. 3절이 시작되면서 노래는 다시 본래로 돌아가고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 소리만 요란한 느낌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은혜의 물결은 유대광야의 와디처럼 말라버리고 하늘 곡조는 요한계시록에서 하늘이 두루마리가 말리듯 말려서 하늘로 올라갔다.

열왕기상 19장에 보면 아합 왕의 손에 죽게 된 엘리야 선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엘리야는 여호와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가서 굴속에 머문다. 조금 있으니 크고 강한 바람이 지나가며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었다. 이어서 큰 지진과 불이 있었다. 그러나 여호와는 그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나중에 세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밖으로 나가서 굴 어귀에 섰다. 여호와의 음성이 들려왔다. "엘리아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십자가의 보혈로 구속받은 성도가 악기를 동원하고 춤추며 목소리 높여 하나님을 찬양할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미한 소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약하고 추해도 주께로 나가면 힘주시고 내 추함을 곧 씻어 주시는 고마우신 하나님 아버지.



정재용 장로/ 성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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