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격리된 이곳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세상과 격리된 이곳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 성탄특집 ] 이웃 섬김의 최전선에서 만난 코로나19 의료진
"대구 동산병원의 기독교 정체성도 더욱 확고해진 감사한 한 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12월 18일(금) 08:00

【대구】 '코로나19 바이러스 최전선, 우리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코로나19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 그 소임을 다한 의료진들이 있다. 확진자들의 치료와 감염 방지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 흘려 일한 그들의 인술과 따뜻한 사랑은 위기의 이 땅에 빛을 발했다.

의료진들은 지난 2월을 회상했다. 당시 도시는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으로 공포에 휩싸였다고 했다. 모든 거리는 조용했고, 한때 사람들의 모습마저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능까지 마비된 모습을 그려냈다. 많게는 하루 최대 700여 명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증폭했고, 환자들을 치료할 인력도, 또 치료 병상도 부족해 우려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당시 대구의 거점병원을 자처하며 지역 사회에 힘이 된 계명대 동산병원, 그리고 그 병원 의료진과 관계자, 전국에서 치료를 위해 급히 달려 온 1000여 명의 의료진, 이름 없는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사투의 현장에서 보여준 헌신은 다시금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싹틔웠다. 음압실에 간호사로 근무한 이은경 집사(성만교회)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와 대응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컸지만 가족과 교회 성도님들이 기도해 주셔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며 "방호복을 입으면 땀방울이 등줄기까지 흘러내린다. 땀방울이 입술을 적실 때면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 집사는 1인 음압실에서 근무했다. 대부분이 신천지 환자였지만, 근무 중 접한 한 가족의 사연을 통해 한없이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온 가족이 확진을 받아 입원했는데 가족 중 한 명이 기저질환이 있어 상태가 급속히 악화했고, 타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이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가족들은 그 환자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이별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족한 사람이 재난 현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었다"고 고백한 이 집사는 "이번 성탄절은 위기 속에서도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면 좋겠다"며 마지막까지 그 사랑을 전하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금 제3차 유행에 따라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피로누적에 힘겨워 등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마지막까지 의료진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속에 고통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은 그 어느 해 보다 더욱 특별하고 값지다.남성일 부원장(계명대 동산병원)은 "지금까지 1200여 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며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국에서 보내주신 사랑의 손길, 한국교회 성도들의 응원과 관심에 큰 힘을 얻고 보람을 느낀 한 해였다"며 "여전히 코로나 재난 속에 처해있지만 우리의 삶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희망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길 소망하며 다시 한번 우리를 구원하신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남 부원장은 코로나19로 모두의 삶이 본질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코로나19를 통해 모든 것을 멈추고 흩어지게 하셨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게 하시며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여기게 하셨다"며 "그래서인지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아기 예수님 나셨다'는 성탄 메시지가 올해는 유난히 새롭게 다가온다. 특별히 동산병원의 기독교 정체성도 코로나19로 더욱 확고해진 감사한 한 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의 뒤에는 보이지는 않는 많은 손길도 있었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1000여 명의 의료 봉사자들을 맞이하며 행정 업무로 협력했던 김다운 사원(부산동교회)은 "의료진들이 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관리와 행정업무로 뒷받침했다"며 "선교사님들이 암흑한 이 땅에 병원을 세우고 한 줄기 빛의 역할을 감당한 것처럼 우리도 그 정신을 잇겠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믿으며,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고 전했다. 이외에도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 시설 업무를 담당했던 최승기 사원(대구동신교회)은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들의 안전을 위해 소방 등의 시설을 점검하며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했다"며 "코로나19로 많은 공동체가 위축돼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 좋겠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진정한 평화가 이 땅에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말을 끝내지도 못 한 채, 뛰어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 차가운 12월,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흔적이 선명히 그려진다.

임성국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