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시대의 크리스마스

코로나 19시대의 크리스마스

[ 성탄특집 ] "코로나 광풍의 현장을 마음속에 품으며 비통의 현실을 정직하게 볼 수 있길"

차정식 교수
2020년 12월 17일(목) 08:22
올 한 해는 살아왔다기보다 견뎌냈다는 식의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해가 바뀌면서 불어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파동으로 사람들의 일상은 동결되었다. '자가격리' '거리두기' '비대면'이라는 신생어가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전혀 새로운 시대, 낯선 세상의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 학교와 교회는 비대면의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동네 식당을 비롯한 영업점들은 문을 닫거나 텅 빈 점포를 지키면서 제 살 깎아내는 듯한 불경기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무엇보다 교회가 입은 타격이 심하다. 비대면예배로 주일예배가 대치되면서 교우들의 신앙의욕을 많이 퇴보해가는 듯 보였고, 이에 따라 교회 재정상황도 악화하여 연약한 교역자들을 해고시킨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초기 팬데믹 상황의 주요 매개체로 공공의 적이 되었던 신천지 집단을 향해 돌을 던지던 기성 기독교인들이 광화문집회를 전후하여 막상 교회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때 책임을 면피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는 약했다. 주일성수의 보수적 전통을 철썩 같이 지켜온 한국개신교회가 맞닥뜨린 당혹한 상황에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도 짚어볼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19 시대와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한 신앙적 성찰과 신학적 전망을 멈출 수 없는 현실 한 가운데서 이제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대림절을 지나 성탄절을 맞고 있다.

우리는 올 한 해 위기의 시대를 마주하고 고투하면서 숱하게 묻고 기도해왔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고 계신가, 언제까지 우리 교회를 이 시련의 한 가운데서 연단하시려는가, 우리가 잘못한 대가로 치러야 하는 고난이고 역경이라면 회개해야 할 요처는 무엇인가 등등 질문은 질문으로 꼬리를 물고 과연 하나님이 이러한 세계적 환란의 때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신정론적 난제는 늘 신학의 바퀴를 공전시키면서 고전적인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불가지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에 우리의 현실은 너무 각박하다. 이처럼 수많은 질문과 탄식과 호소로 얼룩진 코로나 19시대에 맞는 성탄절이기에 아기 예수의 오심이 담고 있는 이 시대적 의미는 그만큼 낯설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찬송가 가락을 떠올리면 성탄절은 마냥 기뻐야 할 절기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그 날도 그렇게 기쁘고 즐거웠을까. 아기 예수를 퀴퀴한 구유에 누인 부모에게 낭만적인 성탄의 환상에 젖을 여유가 자연스레 우러났을까. 헤롯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먼 타국으로 도주해야 했을 그 부모의 팍팍한 피난민 신세를 우리가 인지상정의 차원에서 깊이 헤아린다면 마냥 웃고 떠들며 즐거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의 의식 깊은 곳에 장차 자신이 겪어야 할 겟세마네의 고뇌와 십자가상의 고통스런 죽음의 순간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면 또 얼마나 황망했을까. 또 자신의 탄생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살육된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았다면 그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얼마나 깊이 슬퍼하며 좌절했을까. 맨 처음 성탄의 의미는 이러한 엄중한 현실적인 대가를 배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대중적 축제로 여겨온 성탄절의 전통 속에 올 한해는 코로나 광풍의 현장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그 기쁨 속에 깔린 눈물과 비통의 현실을 정직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보다 겸손한 감사와 치열한 묵상이 우리 교회에 피어나면 좋겠다. 코로나 파동 초기부터 특정 대상에 대한 심판론이 무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그 추이를 보니 하나님은 이 자연만물을 무참하게 파괴해온 인류 모두에게 경고성 심판을 내리신 것 같다. 나아가 그 심판의 진노를 넘어서는 은총으로 구세주 예수께서 이 땅에 선물로 자청하여 오셨다는 걸 깨닫는다. 이번 성탄절에는 이 은총의 역설을 깊이 새겨볼 수 있어야 하겠다.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한국신약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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