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작은 신학대학의 일반학과

지방 작은 신학대학의 일반학과

[ 기고 ]

이경면교수
2017년 09월 26일(화) 14:08

필자는 지방 작은 신학대학교의 일반학과에서 13년째 학생들을 가르쳐 오고 있다. '지방' '작은' '신학교'라는 용어들은 사실 일반 수험생들이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용어 중 하나임을 지난 10여 년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보통 학생들은 종교색이 없는 대도시의 큰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최근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신학대학교에 있는 일반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신학대학교는 오로지 목회자만을 양성하는 곳이며, 일반학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종교교육을 주로 하는 학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일반학과 교수들은 신학대학에 대한 인식의 장벽을 넘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신학교들은 다른 교단 신학교들을 비교삼아 대학의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반학과들은 교단 신학대학들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들을 염두에 두고 학과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에서 경험하는 갭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10여 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방 작은 신학대학교의 일반학과'라는 것이 장애물이 아니라 놀랍고 감사한 특별한 선물임을 하루하루 깨닫게 된다.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이다 보니 큰 대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친밀감과 교제가 교수와 교수, 그리고 교수와 학생 사이에 이루어진다. 또한 조금은 더디지만 작은 것들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이 크다.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신학대학이라는 이름 때문에 같은 학과가 있는 주변대학에 비해 신입생 경쟁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신앙과 신념을 갖춘 선별된 학생들이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자산은 교수도, 학교시설도, 프로그램도 아닌 '학생'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다른 대학 교수들에게 학과와 학교를 소개할 때에 '스승 같은 제자'들이 많은 곳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많은 분들이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대학에서 근무한 지난 13년을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놀랍다. 이토록 작은 지방 신학대학교에 대한민국의 정식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학과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기적이고 보석 같은 학생들로 필요한 만큼 채워지고 있는 것도 기적이며 전국의 큰 대학들과 지금까지 당당히 경쟁해 나가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신앙으로 훈련된 졸업생들이 특수교육 교사로서 전국의 어린 영혼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러한 기적 뒤에는 신학대학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는 수많은 성도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 이 기회를 통해서 전국 신학대학 안에는 목회자를 양성하지는 않지만 평신도로서, 각자의 분야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게 될 훌륭한 일꾼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놀라운 변화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전국 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드린다.

 

이경면 교수
장유대성교회/부산장신대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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