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서 배우게 된 생명목회

살충제 계란에서 배우게 된 생명목회

[ 기고 ]

조한우 목사
2017년 08월 29일(화) 14:44


조류 독감(AI) 파동에 이어 수입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뒤늦게 계란에 대한 전면 수입 중단 조치와 함께 기존에 판매된 계란은 물론 매장에 진열되어 있거나 창고에 보관 중인 계란까지 전량 회수해서 폐기했다.

문제는 국내산 계란마저도 같은 이유로 전량 수거 폐기되면서 식탁은 물론 계란을 식자재로 쓰는 식품과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연쇄적 공급 차질과 함께 소비자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까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감독관청의 인증 과정이나 관리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혜로운 소비자들은 닭 사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돈을 더 주고서라도 안전한 계란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도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사태는 언제부터인가 농축산물 전반에 경제 논리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대량 생산과 이윤 창출이라는 자본주의 개념이 개입된 부작용의 결과이다.

머지않아 유전자 변형 농축산물(GMO)이 가져올 재앙도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을까? 먹을거리를 다른 사람의 손에 의지해야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믿을 만한 농부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농사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15년째 지리산 자락에서 목회하면서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나름대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그들은 물건을 받을 때마다 못생기고 볼품없는 농산물에 대해서 늘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언제나 그들은 예쁜 포장에 쌓여있는 반들반들한 농산물만 원했다.

내용 보다는 눈요기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다. 이는 에덴동산의 선악과처럼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것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그 속에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해 버리고 있다. 부디 먹을거리만큼은 멋진 포장이나 그럴듯한 광고 문구에 속아서는 안 된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이유는 좁은 공간에서 고소득을 얻기 위한 얄팍한 상술 때문이다. 닭을 밀집 사육하다 보니까 사육장의 온도나 습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결국 털옷을 입고 있는 가축에게 진드기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부분 양계회들의 형편은 거의 똑같다. 환기는 전혀 안 되고 있다.

닭을 가두는 케이지는 고작 A4용지 1장 정도의 좁은 공간인데다가 그것도 층층이 쌓아 놓았으니 산란용 닭들의 몸에는 진드기 번식이 왕성할 수밖에 없다. 진드기는 닭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전염병을 옮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용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퇴치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공장식 대량 양계장 업주들은 닭 진드기를 방제할 목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었고,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프로피닐 등 금지된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까지 사용해 온 것이다.

원래 닭은 흙이 있는 땅에서 사는 짐승이다. 자연 상태의 닭들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서 진드기가 생길지라도 이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닭은 햇볕에서 깃털을 펼쳐서 일광욕을 하거나 땅에 몸을 부비고 흙을 뒤집어쓰는 방법으로 목욕을 한다. 닭은 이런 방법으로 진드기를 떼어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만드셨다.

살충제나 살균제가 없이도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드셨다. 우리 교단 농어촌교회 목사님들이 생산하고 있는 방사 유정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동료 목회자들에게서 거룩한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졌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농사짓기에 적당한 햇볕과 바람, 물과 토양을 주셨다. 지금도 우리 농어촌에는 정직한 농부들이 많이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 착한 농부로 사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랑하는 내 조국 대한민국 백성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생명농업-생명목회운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조한우 사무국장
총회 농어촌목회자협의회ㆍ칠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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