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비결, ‘함께 함’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비결, ‘함께 함’

[ 목양칼럼 ]

김원주 목사
2024년 04월 03일(수) 08:00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바닷가에 있다. 그래서 걷거나 차를 타고 심방을 할 때면 늘 바다를 보게 된다.

어떤 날은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큰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올 때가 있다. 바다의 빛깔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인데, 어떤 날은 어둡고 탁한 빛을 내기도 한다. 바다의 이 모든 것들을 순간순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이곳에 살고 여기에서 목회하는 필자의 특권일 것이다.

그런 이곳에 때때로 도시에서 손님이 방문하곤 한다. 그러면 일부러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로 모시고 가서 시원한 바다를 보여드린다. 그러면 너무 좋아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손님을 모시고 바다전망이 좋은 카페에 갈 때면, 종종 주변의 다른 손님들 소리를 듣게 된다. 아마도 도시에서 바다를 보러 온 손님일 거다. 날씨가 좋고, 기온도 적당하고, 빛의 굴절이 적절할 때 방문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바다는 역시 동해바다야. 저 바다색 좀 봐 너무 맑고 아름답다", "야, 저 파도치는 것 좀 봐 너무 멋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거나 안 좋으며, 바람도 없는 날 방문한 사람들은 잔잔한 잿빛 바다를 보며 "동해바다도 별 거 없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말하며 바다는 보지 않고 주문한 커피만 마시고 간다.

동해바다가 갑자기 서해바다가 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갖게 된 걸까? 그건 바다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보는 환경과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다양한 모습, 다양한 빛깔이 있는데 내가 잠시 와서 본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면 결과적으로 바다를 오해하게 되고, 그릇된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래서 바다를 제대로 보고 전체적으로 알려면, 바다와 더불어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일이 필요하다.

바다만 그런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도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걸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저 분은 왜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말하지?"라고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불어 살다 보니 그 분의 상황과 상태, 감정을 알게 되고 그것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짐을 발견하곤, '왜'라는 의아함보다는 그 분의 전반적인 삶을 이해하며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된다.

그러면서 느끼는 게 있다. '아, 함께 함이 답이구나. 바다도 잠시 와서 보는 사람과 늘 바다와 함께 하며 사는 사람이 다르게 느끼고, 사람도 잠깐 보는 사람과 늘 함께 하는 사람은 다른 마음과 감정을 갖게 되는구나.'

믿음은 어떨까?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는 수많은 차이가 있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전체와 전부를 보신다. 하지만 사람은 우리의 일부만 본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늘 이해하시고 용서하시고 사랑해 주시지만, 사람은 오해를 많이 한다.

잠깐 하나님을 만나고, 잠깐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일면만 보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늘 기도와 말씀, 예배로 하나님과 동행 하는 사람은 다양한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 나를 향하신 깊고 오묘한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과 사람, 더 나아가 하나님까지도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이 오해가 아닌 이해를 하는 비결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도 '함께 함'을 강조하셨나 보다. 혹시 내 안에 누군가를 향한 오해나 미움이 있는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함께 해 보자. 혹시 내 안에 하나님을 향한 불편한 마음이 있는가?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 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보자. 오해하는 마음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불편한 마음이 편안한 마음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혹시 흐리고, 바람도 없는 날 바다를 찾아 조금은 실망했는가? 날씨 좋은 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혹은 아침에, 저녁에, 밤중에 다시 한 번 동해바다를 방문해 보라. 확신하건데, 상상한 것 이상의 바다, 날씨와 시간과 계절이 주는 변화무쌍한 바다의 놀랍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멋진 바닷길을 따라 참 행복한 심방에 나서 본다.



김원주 목사/후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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