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영우 박사와 한국굿윌 이야기

고 강영우 박사와 한국굿윌 이야기

[ 현장칼럼 ]

홍세원 원장
2024년 03월 29일(금) 10:53
한국의 굿윌스토어를 설명하려면 고 강영우 박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강영우 박사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는데, 중학교 때 학교에서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실명하게 되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몇 년 후 누나까지 하늘나라로 가버려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이란 지극히 제한적이다. 10대 후반에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기술을 배우던 그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노력 끝에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국제로터리재단의 장학생이 되어 미국 유학을 떠났다.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대학에서 특수교육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 후 한국인으로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높은 관료직인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에 임명되었다.

가정에서의 삶도 풍요로웠다. 안과 의사가 된 첫째는 워싱턴 안과의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법률가인 둘째는 오바마 정권 때 미국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냈으며 지금은 전국아시안아메리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그가 이렇게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그는 늘 하나님이 동행하셨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은 강영우 박사의 강의를 들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교단을 가리지 않고 교회를 찾아 강의나 간증을 했다. 그의 모든 강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1990년대에 미국굿윌협회(Goodwill Industries International)의 이사로 재직하게 된 그는 미국에서 굿윌이 어떻게 장애인을 섬기는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굿윌을 한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한국국제교육교류재단을 만들어 미국굿윌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여러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굿윌에 대해 설명하였다. 장애인의 일자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이 없었던 때였고, 기증품소매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약자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교회 중심으로 한국에서 굿윌이 시작되었다. 부산의 호산나교회가 2003년 처음으로 굿윌스토어를 오픈하였고 2005년 3월 목동세신교회, 그리고 같은 해 7월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굿윌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또 2009년에는 남서울은혜교회, 2012년에는 창원 남산교회에서 굿윌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렇듯 장로교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등 교단을 따지지 않고 강영우 박사 중심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역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오면 굿윌스토어 매장을 항상 방문했는데, 2011년 오픈한 직업재활시설인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강영우 박사는 2012년 2월에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이후 오픈한 많은 굿윌스토어를 보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한국의 굿윌스토어는 그가 뿌린 씨앗이 있어 많은 열매를 맺었다. 10년 이상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굿윌스토어 국내 도입과 정착을 위해 뛰었다. 강영우 박사는 한국의 장애인들도 미국과 같이 국가나 기관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굿윌스토어를 통해 그 꿈의 일부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굿윌스토어는 개인과 기업이 기증한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급여를 주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이다. 2003년 부산 호산나 교회에서 시작된 굿윌스토어는 2024년 현재 밀알복지재단을 포함한 4개의 법인에서 총 480여 명의 장애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들은 월급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고 여행을 가기도 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생활하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많은 교회와 개인이 기증에 참여해 주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꿈을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꿈조차 꾸지도 못하는 세상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삶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통해 삶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이 사역에 동참하기를 기도해 본다.

홍세원 원장 /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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