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중요해

정체성이 중요해

[ 미션이상무! ]

장상원 목사
2024년 03월 27일(수) 08:58
심리학 공부 중 고려대 박선웅 지도교수(우)와 함께 한 장상원 목사.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최근자료에 따르면, 교회를 떠나 무종교인이 된 사람들이 밝힌 가장 큰 이유는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답변이었다. 실제로 군대에서 용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많은 용사들이 교회에 다녀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용사들의 핸드폰 사용이라거나 부대 일정이 빡빡해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그리스도인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세웠다면 아무리 일정이 바쁘고, 흥미를 끄는 다른 것들이 많아도 신앙의 자리를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2년간의 심리학 위탁과정에서 연구한 분야 중 하나는 '정체성'이었다. 지도교수인 박선웅 교수는 국내 정체성 연구의 권위자다. 그의 책 '정체성의 심리학'에서 정체성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린 정도'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자기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정체성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한국 청년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정도인 정체성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부에만 바쁜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니 정작 내가 누구인지, 어떤 방향성으로 살아갈지에 대해 큰 고민없이 성인기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한국 청년의 특성은 군대에 들어온 기독청년들에게도 나타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심지어 자신이 교회는 다니지만, 회심은 했는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작정은 내렸는지 모호한 상태에 놓여있는 기독청년들이 많다. 어떤 청년들은 군인교회에서 군종병으로 섬기거나 찬양인도도 하였지만, 정작 회심의 경험은 없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 경우도 있었다.

군목으로서 군인 형제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결단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중요한 일이란 것을 알리고,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단에서 주기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비참한 실상과 감당할 수 없는 심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을 위한 유일한 길이 되심을 전할 때, 우리 군인 형제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기로 결정하면, 자연스럽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앙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반면에 아직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없고, 삶의 결단도 없는 청년들에게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만 강조한다면 신앙생활이 짐이 될 수 있다.

군대는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기독청년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며, 사역하려 한다.

장상원 목사 / 육군 대위·국군지휘통신사령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