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막둥이

[ 목양칼럼 ]

임병광 목사
2024년 03월 28일(목) 08:21
온 나라가 초고령사회라고, 출산율 0.6%대 시대라고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부 뿐 아니라, 교회도 발 벗고 나설 때가 된 것이다. 필자는 12년 전 셋째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막둥이었다. 형과 누나보다 무려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실 12년 전만 해도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대도시권에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셋이라면 어디서나 환영받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셋째는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이고, 선물이기에 힘들어도 감사함으로 키웠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때 셋째가 생기지 않아서 지금 셋째가 없었다면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셋째의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우리 가정의 활력소 일뿐 아니라, 아내에게 있어서도 셋째는 보배 그 자체이다. 큰 아이, 둘째 아이, 각자 저마다의 삶의 자리로 떠나고 없는, 소위 아내에게 있어서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막둥이의 활약은 대단하다. 때론 말썽을 부려서 엄마에게도 혼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어릴 때에 필자도 막내로 자라났다. 초등학교 때까지 개구장이로, 교회에서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어딜가나 흔적을 남기고 다닐 정도로 재미있는 시절이 있었다. 그 때의 필자의 활약상에 비하면 지금의 막내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막둥이들의 특징이 있다. 첫째, 거침이 없다. 둘째,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셋째, 뒷감당은 부모 몫이다.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말이지만 막둥이가 애기였을 때, 비로소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왜 손자 손녀를 좋아하시고 사랑하셨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필자의 마음이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고, 말 짓을 해도 좋고, 웃기라도 하면 더 좋았다. 그런 막둥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이제는 고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막둥이의 활약상이 끝나갈 무렵,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또 다른 막둥이들을 주셨다. 그 주인공은 30대, 40대 부부인데, 두 가정 모두 두 자녀씩을 두고 있었다. 한 가정은 아들만 둘 있었는데, 셋째 딸을 주셨고, 다른 가정은 아들 딸 두 자녀가 있었는데, 셋째가 지금 임신 8주 차이다. 오! 놀라운 일이다. 이 농촌에, 이 시골에, 그리고 인구절벽 시대에 이런 축복의 선물을 주시다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태어나 지금 25개월 차를 맞은 집사님 가정의 딸은 너무 예쁘다.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하다. 교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있다. 그리고 이제 임신 8주차를 맞이한 여집사님 가정은 2년 전부터 기도로 준비된 아이이다. 필자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예배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도를 못 하면 저 집사님 가정처럼 임신이라도 하세요" 우스개 이야기이지만 요즘처럼 아이들이 귀한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할 수만 있고 될 수만 있으면 교회는 아기들의 울음소리, 웃음소리,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있어야 한다. 고요하고 적막한 교회는 생명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막둥이들의 활약상을 바라보면서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생각하실 때 다 막둥이처럼 생각하지 않으실까? 우리가 잘못을 했어도,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도, 때론 아버지가 싫다고 멀리멀리 떠났을 때도 아버지는 우리를 막둥이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용서해 주시고, 웃어주시고, 용기를 북돋워 주신다. 이 시대의 막둥이와 같은 우리는 가는 곳곳마다 예수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거침없이 무소의 뿔처럼 전진해야 한다. 아버지는 오늘도 막둥이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계신다.



임병광 목사 / 해안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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