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비전2020' 뼈저린 반성과 진단 필요

허점투성이 '비전2020' 뼈저린 반성과 진단 필요

[ 교계 ] 군인신자 결연 프로그램 "있는지도 몰랐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4년 12월 08일(월) 15:47
   
 

2010년 '10만8035명', 2011년 '12만7285명', 2012년 '10만8562명', 지난 해에만 '9만4654명'의 전역 장병(청년)이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곽선희, 총무:김대덕, 이하 MEAK)를 통해 전국 5400여 개 교회와 결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본교단 제99회 총회에 보고된 교단 소속 청년대학부의 총인원 13만7000명과 별 차이가 없는 엄청난 숫자다.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본보가 단독 취재한 결과 1998년부터 2012년까지 군에서 세례받은 장병 중 한국교회와 결연한 청년은 모두 135만7641명 이었다. 또 그 기간 동안 세례받은 장병도 총 265만8129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MEAK는 이 같은 결과를 가지고 전국교회에 홍보하며 오는 2020년까지 전 국민의 75% 이상을 복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매년 20만명에게는 진중세례를 베풀고, 매년 20만명은 군인신자로 전국교회와 결연하겠다며 사역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때론 그 실적과 목표로 교회의 후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과 같다. 수많은 군선교 사역자들이 군선교의 중요성은 강조하지만 MEAK 사역의 핵심인 비전2020 운동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 실태조사를 위해 확인한 본교단 20개 교회 중 16개 교회, 대략 80%가 군인신자 결연프로그램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허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B군종 목사는 "군종 목사들은 군에서 세례받은 인원 중 민간교회와 결연 가능한 최대 수집인원을 20~50%로 파악하고 있는데 MEAK가 제시한 통계는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MEAK는 본교단 소망교회에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265명의 전역 장병을 결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망교회 군선교부 유영배 장로는 "단 1명의 결연도 없었고, 군선교연합회로부터 제공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확인 결과 소망교회 관계자도 모르는 웹시스템(군선교 관리시스템)을 통해 일방적인 통보식 정보가 제공되었던 것.

이 같은 상황은 본교단 교회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군종 목사 출신인 김정호 목사(번동제일교회)는 "7~8년 전에 두번 명단을 받은 기억이 있고, 그 후에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MEAK는 번동제일교회에 그동안 707명을 결연했고, 교회는 101명을 양육했다고 했다. 김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MEAK와 교회의 결연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교회 군선교에 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영락교회도 2012년까지 총 1223명의 장병이 결연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교회 청년부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 2547명의 결연을 한 것으로 확인된 대구제이교회 관계자도 "과거 자료를 보내었지만 우리 교단 총회를 통해 군선교를 진행하면서부터는 명단을 받지 못했고, 2547명도 과장된 것 같다"고 밝혔다.

심지어 MEAK는 본교단 S군종 목사가 전역 후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A교회에도 그동안 1215명의 장병들을 결연했다고 했다. 하지만 S목사는 "MEAK가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4년간 교회를 섬기면서 어떤 형태로든 결연을 한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군종 목사 출신도 알지 못한 시스템이 군선교 안에서는 큰 성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 현역 K군종 목사는 "신학적 배경이 없는 비전2020 운동 때문"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지금껏 아무도 비판하지 못했고, 선교학 전문가가 없는 현실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애초 MEAK가 비전2020을 통해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잡았다는 의미다. 군선교의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K목사는 "한국교회가 복음의 최후 보루인 군선교, 황금어장을 위해 새판을 짜고, 뼈저린 반성과 진단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군선교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교회도 몰랐던 군인신자 결연이 진행됐고, 그 통계만 누적됐던 것일까.

MEAK K주임은 "각 교단에서 추천을 받은 명단을 가지고 공문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우편으로 결연 명단을 발송하다가 웹시스템으로 변경하고, 관리자가 바뀌면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정보는 꾸준히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또 군선교를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장로들을 통해 매년 세번 이상 회원교회를 방문해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에는 그 사실을 잘 몰랐던 교회가 이유라는 것이다. 발신자는 정보를 제공했지만, 수취인은 없었던 셈이다. 군종목사 파송교단인 11개 교단을 벗어나 독단적으로 전개되는 침체된 군선교 사역의 허점이 노출된 모양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결국 K주임은 "결연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군선교의 열매를 맺는 교회도 있다"며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모든 정보가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투명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군선교 사역이 불법도 아닌 상황 속에 MEAK는 자료 공개를 꺼리고, 때론 기자들의 회의 취재조차도 막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된 군선교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급해진 MEAK는 지난달 21일 '대대급교회 부흥을 위한 군선교 컨퍼런스'를 개최해 군인교회와 지역교회의 1:1 자매결연에 나섰다. 결국 장병들의 신앙생활의 지속성을 위해 양육과 결연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5년을 앞두고 한국교회 청년 사역자들은 청년들의 감소 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청년선교의 위기론이 교회 현장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교회는 군선교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선교가 황금어장임을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선교 사역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군선교의 대대적인 변화과 개혁, 방향 전환이 다급해지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로 확인됐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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