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귀한 것' 나누는 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특권"

"살아서 '귀한 것' 나누는 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특권"

[ 교계 ] '생존시 신장기증 목회자' 간담회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1월 25일(화) 17:12

일시: 2014년 11월 20일
장소: 서울 용산구 청파로 T원
참석자: 고환규 목사(서울관악노회 관악교회 원로)
    김태순 목사(서울강북노회 양주시내산교회)
    장봉환 목사(대구동남노회 도흥교회)
    정승화 목사(강원동노회 속초갈릴리교회)
    조용문 목사(평양노회 참빛교회)
사회자 : 박진탁 목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정리 : 신동하 차장 ㆍ 사진: 임성국 기자

 

   
▲ 사진 좌로부터 고환규 목사, 김태순 목사, 장봉환 목사, 정승화 목사, 조용문 목사, 박진탁 목사.

박진탁 목사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최근 '새새명 새빛 운동 전개'를 위한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예장 통합측 목사 중에 '생존시 기증자'가 다른 교단에 비해 많다. 통계적으로는 본부를 통해 생존시 신장 기증자가 1991년 창립이후 현재까지 948명이며, 이중 목사는 122명, 기독교 성도는 563명이다. 이러한 생명운동이 예장 통합교단 내에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인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각자 기증과 관련한 사연을 부탁드린다.

장봉환 목사: 지난 2년 동안 대구동남노회 국내선교부장을 하면서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했다. 교도소 선교를 하면서도 예배 드리며 장기기증에 대한 간증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게는 장기기증이 귀한 사실이고 평생 중요성을 알릴 각오가 돼있다. 기증은 1999년 4월 1일 했다.

조용문 목사 : 1999년 3월 31일 기증할 당시 전임전도사였다. 이후로 장기기증운동본부 활동에 대해 돕지는 못했지만 개척하고 담임목회를 하다보니 이제서야 조금씩 나름대로 홍보를 하고 있다.

장기기증은 굉장히 귀한 일인데 기독교의 공헌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면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바뀌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숨기고 몰래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알리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태순 목사 :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박진탁 목사님의 장기기증 간증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진탁 목사님을 통한 사랑의 울림이 마음의 여운으로 남아 2006년 8월 17일 신장 기증을 하게 됐다. 다른 사람의 생명 살리는 일에 동참하면서 얻게 되는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되자 신앙 안에서 도전하게 됐다.

정승화 목사 : 1992년 2월 13일 기증에 동참했다. 1988년 속초에서 부목사 생활을 했었는데, 당시 박진탁 목사님의 장기기증 간증을 들었다. 특별히 목회자로서 주님의 십자가 의미를 많이 생각하던 시기였다. 콩팥 하나를 빼도 신체에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큰 의미보다는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싶은 심정에서 신장 기증을 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환규 목사 :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이라 생각해 1997년 11월 12일 기증을 했다. 아내도 함께 기증을 했다. 에피소드인데, 신장 기증하고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다. 그 소문을 듣고 신장 기증하고도 살았다는 것을 마라톤으로 보여주겠다 해서 자원했다. 그 후 마라톤행사에서 10km를 뛰었다. 내가 죽더라도 다른 사람 살리는 사명감으로 결단했다.

박진탁 목사 : 신장 기증 후 삶의 변화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김태순 목사 :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의 의미가 신장때문에 고통을 갖는 사람과 기증을 통해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십자가의 사랑 실천이다. 그런데 좋은 일하고 건강이 안좋아지면 예수님께 누를 끼치는 것이니 일상생활은 똑같이 했지만 특별히 족구운동을 통해 건강관리 했다.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 주변에서 운동할 때 '신장을 기증한 사람이냐?'고 묻는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더 건강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몸에 전혀 무리없고 피곤한 느낌도 없다.

박진탁 목사 : 정승화 목사님의 경우 기증 당시 부교역자였는데, 당시 교회에서 어떤 분위기였나?

정승화 목사 : 당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없던 때였다. 담임목사님도 많이 놀랐고 주변에서 많이들 말렸다. 건강을 잃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가 있었는데, 담임목사님께서 "누군가가 나의 것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는 주어야 한다. 이왕 그렇게 마음 먹었으면 실행에 옮겨라"고 말씀하셨다. 기증을 하고 왔을때도 당연히 나에게 관심이 쏟아지고 영웅시되는 분위기였는데 담임목사님이 내색 없이 잘 감싸주셨다. 사실 제일 감사한 것은 아내다. 아내가 반대하지 않고 잠깐의 대화 끝에 허락해 주었다.

고환규 목사 : 한경직 목사님이 언젠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고환규 목사는 신장 하나 없어도 잘 산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건강하다. 한경직 목사님은 생존시 신장기증인에 대해 '살아있는 성자(순교자)'라고 늘 말씀하셨다.

박진탁 목사 : 장봉환 목사님은 릴레이 기증이 화제가 됐었다.

장봉환 목사 : 내가 기증하고 12명이 연결이 되어서 릴레이 기증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 갖는데 괜찮다. 특별한 운동은 안하지만 열심히 목회하다 보니 건강 회복되어지고 전보다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다.

박진탁 목사 : 그런데 정부가 릴레이 기증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지 않다는 논리를 편다. 세계적으로 생존시 기증이 우리나라에서 활발한데, 교통과 의료 발달로 뇌사자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릴레이 기증은 좋은 방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좋지 않은 매매 개연성이 개입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선다. 생존시 기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게 정부의 입장인데, 시정하는게 우리의 과제다. 한편으로는 장기기증 캠페인에 여러 종교 중 기독교가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에 주변에서 많이들 놀란다.

정승화 목사 : 아름다운 일이다. 살아서 귀한 것을 나누는 것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권이다.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권면했을 때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불가 반응도 있고, 스스로를 영웅시하는 사람도 있다. 권고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기독교의 동참 수가 많다는 통계는 최근 실추된 기독교의 이미지를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일이다.

장봉환 목사 : 나로 인해 기증한 분도 있지만, 최근에 노회 국내선교부장 하면서 친한 목사님들께 교회에서 캠페인 하자고 했는데, 여러 가지 사유를 들며 꺼려하더라. 인식의 전환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박진탁 목사 : 예장통합 총회 내에서 장기기증 동참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말씀해달라. '내가 했으니 남도 해라'는 논리는 무리다.

고환규 목사 : 우리 교회 성도들 가운데 아픈 사람이 있다면 우리교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교회, 우리노회, 우리총회 사람들은 우리가 돕는다는 생각을 갖자. 자기 성도 살리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 목사가 확신갖고 이 운동을 이끌어가야 한다.

김태순 목사 : 순수한 마음으로 기증했는데, 외부에 알려지면 조바심이 생길 염려가 있어 너무 공개적인 운동은 지양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제도화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지금 예장통합 총회와의 MOU와 관련해 '예수님이 생명을 주셨는데 작은 신장 하나 헌신하자'는 점을 강조하면서 알리면 좋겠다.

장봉환 목사 : 기증 등록자에게 정부 차원에서 혜택이 있으면 훨씬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박진탁 목사 : 생각이 약간 다르다. 기증자들은 오히려 대가가 전혀 없는데서 보람을 느낀다. 다만 예장통합 교단에서 소속 목사가 기증하면 총회장 명의로 격려하는 표창을 하면 좋을 것이다. 물질적 보상이 아닌 정신적 격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고환규 목사 : 생존 신장 기증에 동참한 우리들이 노회나 총회를 돌며 캠페인 하는 것도 제안해 본다.

박진탁 목사 : 그런 의미에서 정기노회 때 설명할 시간을 주면 감사하겠다. 우리 본부에서 설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노회에 당부드린다.

조용문 목사 : 순수 기증자는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십자가 사랑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참한 분들이 공개적이지 않고 쉬쉬하면서 조용하게 진행했는데, 알릴 필요도 있다고 본다. 기독교가 귀한 일도 많이 하고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

정승화 목사 : 현실적으로 개교회 내에서 이런 운동을 펼치는 건 어렵다. 교회보다 상위기관인 노회와 총회에서 공감대를 갖고 추진한다면 개교회가 쉽게 따라갈 것으로 본다.

박진탁 목사 : 장기기증 참여자의 80% 이상이 기독교인들이다. 앞으로도 동참 활성화를 위해 중요성에 대한 독려의 말씀 부탁드리며 간담회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승화 목사 : 육신이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살아서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건 보람있는 일로 본다. 생명 자체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

장봉환 목사 : 십자가 밖에 할 말이 없다. 십자가의 사랑을 생각하자.

조용문 목사 : 건강하니까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일동 :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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