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로 변화하는 해외선교 패러다임

'지역개발'로 변화하는 해외선교 패러다임

[ 교계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4년 11월 06일(목) 14:53

사단법인 '캠프' 타워빌 프로젝트 현장 르포

【필리핀 불라칸 타워빌 = 박성흠 부장】 '떡과 복음'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한국교회 해외선교에 지역개발을 통한 빈곤문제의 해결이라는 패러다임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단법인 캠프(CAMP 이사장:홍성욱 대표:이철용)의 아시아지역개발센터가 진행해온 지역개발 사업이 5년만에 가시적이고 주목할만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 필리핀 불라칸 타워빌과 이웃해 자리한 캠프 아시아지역개발센터.
지금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는 1970년대 우리나라 '광주대단지'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메트로 마닐라의 도시미관 등을 위해 불법으로 판자촌을 형성해 살고 있는 도시빈민들을 비롯해 태풍 등 재난으로 거처를 잃은 이들을 불라칸주(州) 델몬테시(市)에 타워빌이라는 마을을 형성해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광주대단지가 그랬듯이 지금 타워빌에는 강제로 이주되어온 이들이 새 삶의 터전을 꾸리고 산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이란게 대부분 그렇듯이 기본에도 못미치는 환경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타워빌에는 존재한다. 상하수도의 문제에서 생활연료와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인프라는 태부족인데다 정착민의 대부분은 직장이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 급조된 마을에 일자리가 있을리 만무하다 보니 가장들은 본래 일자리가 있던 메트로 마닐라로 나가서 일을 찾고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쯤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타워빌에 남은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에 허덕인다. 도시빈민의 삶은 그렇게 고달플 수밖에.

   
▲ 마닐라 인근의 대표적인 도시빈민 지역인 나보타스 사와타의 풍경.
필리핀의 도시빈민 집단 거주지 타워빌의 사람들을 위해 한국과 필리핀의 비정부기구(NGO)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단법인 캠프는 지난 2010년부터 타워빌의 지역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안양제일교회(홍성욱 목사 시무)를 비롯한 본교단 중심의 교회들이 이사로 참여해 시작된 '아시아빈곤선교센터(CAMP)'는 먼저 필리핀의 현지 파트너 소토(ZOTO)를 찾아 협력을 구했다. 캠프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빈곤지역인 톤도에서 빈민구제활동을 해온 소토와 함께 타워빌의 지역사회조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필리핀대학 지역개발학과와 한신대학교(타워빌프로젝트팀) 서울대학교(이종욱글로벌센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등 막강한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캠프의 진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효율성을 인정한 이들은 사회조사를 통해 타워빌의 요구와 필요 그리고 현실을 파악하고 프로그램과 대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 가야가야 지역의 타워빌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지원으로 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 교수 등 연구팀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을 비롯해 기업과 또다른 NGO들도 캠프의 활동을 인정하고 동참하기 시작했다. 타워빌에서 처음 시작한 베이커리와 봉제공장은 직업이 없는 현지인 어머니들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떡과 복음'의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만들어주는 결과를 도출했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연구에 의한 열매였던 것이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하루의 밥을 벌기 위해 뛰어야 했던 어머니들은 기술교육을 받고 국가가 치르는 시험에서 자격증을 따 캠프가 설립한 봉제공장에 취직해 자립을 이루고 있다. 봉제공장 외에도 불라칸 타워빌(1~5구역)과 가야가야 타워빌(6구역) 등에서 진행되는 조리용 화덕 제작 협동조합을 비롯해 제빵(음식공급서비스업 포함) 등 캠프의 사업은 모두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노동력을 투입해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열악한 위생상태의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등을 위한 응급의료지원센터를 비롯해 공부방, 도서관 등 공공성 사업도 역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한국의 기술력이 뒷받침하고 조언하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캠프는 또 '익팅(IGTING)'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갖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의류와 가방 등 패션 분야에서 '익팅'이 고부가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캠프 아시아지역개발센터에는 한국과 필리핀의 최고 전문가들이 교육 의료 대안(적정)에너지 봉제(패션) 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개발을 통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시도하고 있다. 캠프의 사업에는 한국의 교회와 필리핀연합교회(UCCP)가 신학적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어 한국교회 해외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불라칸 타워빌에 자리한 캠프는 매주 주일예배를 갖는다.
최근 공공선교(Public Mission)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김영동 교수(장신대)는 캠프의 이같은 활동에 주목하면서 "전통적인 교회개척 선교와 비교해 캠프의 시도는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의 후원이 중단되더라도 현지인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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