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감안한 '목사 이중직', 이젠 논의할 때?

현실 감안한 '목사 이중직', 이젠 논의할 때?

[ 교단 ]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리운전, 학원강사 등 병행하는 목회자 늘어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4년 09월 23일(화) 14:11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목회자의 목회 영역을 보다 폭넓게 이해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교회가 감소추세에 들어섰지만 오히려 목회자들은 더 많이 배출되고 있어 목회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들은 음성적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목사는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 8명만 출석하는 농촌 교회에서 어렵게 목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2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교회자립사업에 따라 지급되는 생활비로는 교회 유지와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그는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농사와 낙농업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B 목사는 목회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립이 되지 않아 결국 공부방을 개설해 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퀵서비스를 비롯해 대리운전과 공공근로, 보험설계사, 학원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오는 제99회 총회에는 목회자가 목회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이에 대한 신학적이고 법리적인 연구를 요청하는 헌의안이 상정돼 있다. 최근들어 목회의 영역이 교회의 테두리를 넘어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에 바울의 선교 방법이었던 텐트 메이커 사역은 변화하는 목회사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목회자가 목회 이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데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정서를 감안할 때, 목회자가 목회 이외의 다른 일을 병행하는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목회자들은 성직자이기 때문에 세상적인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목회자가 목회 이외의 다른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목회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결국 목회도 제대로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전성민 교수(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목회자가 가정을 부양하지 못할 경우에 가정의 생계를 위해 목회 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소명을 저버리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다중적인 소명에 충실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목회자는 교회사역을 책임질 뿐 아니라 가정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본교단 헌법에는 목회자의 겸직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본교단 헌법에는 목회자가 외부 일을 겸직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헌법시행규정 제22조 겸직과 무임의 범위에 따르면, 목사는 당회의 청원과 노회의 결의로 총회 산하기관이나 교회에 겸직할 수 있으며 노회의 허락없이 하는 모든 시무(교회, 기관)는 무임으로 간주한다. 단, 총회 산하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일 경우에는 겸직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헌법위원회 전문위원인 문원순 목사(승리교회)는 "이 조항은 목사가 총회 산하 기관이나 교회에 겸직할 수 없지만 당회의 청원과 노회의 결의가 있으면 겸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총회 산하 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일 경우에는 겸직을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본교단 선교사들의 경우에는 겸직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선교부 실행위원인 진희근 목사(승리교회)는 교세 감소로 교회의 재정이 줄어들 경우에, 대부분의 교회는 가장 먼저 선교비를 줄이는 실정이다. 결국 선교사들의 경우에는 겸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교사회에서도 이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 매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목회자들 중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직업을 갖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변한 목회자가 70%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목회자들이 파트타임을 하는데 대해서도 90%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목회 현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늘날 교회의 쇠퇴는 목회자에게 새로운 목회현장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일부에서 목회자들이 목회 이외의 일을 하는데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변화하는 목회현장에 보다 적극 대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진 ksj@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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